2일 경북 구미 낙동강 유역에서 발생한 페놀 유출사고는 사전방제 대책은 물론, 초기대응부터 후속조치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해 벌어진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91년 대형 낙동강 페놀유출사고를 겪은 후에도 관계당국은 완충저류지 등 장치를 갖추지 않았고, 비상시 행동매뉴얼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특히 환경부는 페놀이 4일 오전5시께나 대구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14시간이나 먼저 도착, 예측이 크게 빗나갔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과거 유사한 사고가 있었음에도 유출사고에 대비하는 시설이나 대책이 없었다는 것. 정부는 2002년 낙동강수계관리법 시행 이후 조성하는 150만㎡ 이상의 산업단지에서는 의무적으로 완충저류지를 만들도록 하고, 그 이전에 조성된 산업단지는 우선 순위에 따라 연차적으로 조성중이지만 이번 사고가 일어난 대광공단은 법적으로 산업단지가 아닌 공업지역이라는 이유로 지원대상에 들지 못하고 있다.
응급 환경오염 사고 발생시 대응시스템도 여전히 겉돌거나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화재발생후 김천시는 '대규모환경오염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에 따라 즉시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하고, 페놀성분의 유출을 막기 위해 '즉시' 차단벽을 설치했어야 하지만 4시간이나 지나서야 시작했다.
소방서는 1일 오전3시10분 화재신고 접수 10여분만에 김천시 당직실에 통보했고, 주무과장은 "방송을 보고 오전6시에 나왔다"고 말했다. 환경관리과 일부 직원들은 비상연락망으로 소식을 접하고 4시 30분께 전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수질오염을 막을 대비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폐수는 공장건물 바깥 차단 턱을 넘고 우수관로와 집수정을 넘어 대광천으로 흘러 들었다. 만약을 대비해 집수정에 고인 폐수를 폐수처리장으로 옮길 수 있는 펌프는 정전으로 먹통이었다.
한편, 대구시는 3일 오후3시16분께 매곡 강정취수장 등 하루 63만톤을 취수하는 낙동강 2개 취수장 가동을 중단했다. 앞서 이날 낮 12시께 매곡취수장 상류 9㎞ 지점 낙동강물에서 먹는 물 기준치인 0.005ppm의 페놀이 검출된 데 이어 매곡 상류 2㎞ 지점에서 페놀 추정 냄새가 확인됐다. 수자원공사 자체 취수중단 기준은 0.02ppm이지만 대구시는 시민불안감 해소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취수를 중단했다가 오후6시부터 페놀이 검출되지 않자 오후8시10분께 재개했다.
낙동강의 수질오염을 총괄하는 환경부의 안이한 태도도 문제다. 환경부는 3일 오전11시 기자브리핑을 갖고 "김천에서 유출된 페놀이 4일 오전5시께 대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구에 도달할 때는 유출된 지 2일 가까이 시간이 흘러 증발정도가 크고 자정작용도 거쳤을 것이기 때문에 농도가 극히 낮을 것"이라고 안전을 강조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예측이 있고 나서 불과 5시간 후에 페놀이 대구에 도달했다. 예정시간보다 14시간여나 이른 시간이었다.
김동국 기자 대구=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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