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식 풍경이 바뀌고 있다. 입학식이 열린 3일 전국 캠퍼스 곳곳에서는 국민의례, 신입생 선서, 총장 축사 등으로 이어지는 천편일률 대신 각 학교의 개성을 드러낸 특별한 행사가 선보였다.
평소에도 이미지 개선에 적극적인 덕성여대는 ‘프리 허그’(조건 없이 안아주기)와 ‘타임 캡슐’로 신입생을 환영했다. 재학생과 교수들이 도열한 채 정문에 들어서는 신입생을 얼싸 안고 환영한 뒤에는, 대학 4년간의 포부를 ‘타임캡슐’에 적는 행사가 열렸다. 새내기들은 교정에 걸린 현수막에 ‘따뜻한 교육자가 되자’, ‘킹왕짱 수석이 되고 말겠다’ 등의 다짐을 적은 뒤 도서관 앞에 4년 동안 묻힐 타임 캡슐에 담았다. 타임캡슐은 4년 후 개봉된다.
교수와 제자 간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기념하는 입학식도 있었다. ‘한성 학연식(學緣式)’이란 이름의 입학식이 열린 한성대에서는 각 학과장들이 학생 대표들과 손을 잡고 입학식장에 들어선 뒤 용기와 격려의 메시지를 담은 학습 노트를 전달했다. 학생들도 이에 화답해 교수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윤경로 총장은 “제자들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기댈 수 있는 스승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전대에서는 오전에 입학식을 마친 뒤 임용철 총장이 부총장 등 다른 교무위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신입생들에게 점심을 배식하기도 했다. 인근 한남대에서는 입학식을 마친 뒤 신입생 3,200여명이 대규모 헌혈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학교 김형태 총장은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인성을 갖춘 학생을 교육하겠다는 뜻으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입학식은 주요 대목에서는 우리말 통역이 제공되기는 했으나, 사회자 진행과 입학허가 선언, 신입생 선서, 총장 축사 등 전 과정이 영어로 진행됐다.
서울대 입학식에는 이례적으로 타 대학 교수가 참가했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 석좌교수가 연단에 나서 “대학이 취업이나 권력ㆍ명리(名利)를 얻기 위한 수단의 왕국이 된다면 대학의 특권인 다양성과 개방성, 자율성은 쓸모 없는 것이 되고 만다”며 학문과 자율적 창조활동에 몰두할 것을 당부했다.
덕성여대 입학식에 참가한 한 학부모는 “요즘 입학식은 과거와 달리 학생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행사라는 점을 실감했다”며 “대학 생활의 첫걸음을 내딛는 새내기들이 4년 내내 오늘처럼 진취적으로 지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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