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남녀 vs 지존 남녀.’
올시즌 미국 남녀프로골프가 ‘추격자’와 ‘도망자’의 흥미로운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그늘에 가려있던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가 모처럼 정상에 올랐다.
엘스는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내셔널골프장 챔피언스 코스(파70ㆍ7,241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로 2위 루크 도널드(5언더파ㆍ미국)를 1타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엘스가 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4년 10월 아일랜드에서 열렸던 아메리칸익스프레스챔피언십 이후 무려 3년5개월만이자 47개 대회 만이다. 미국 땅에서 열린 대회 우승은 2004년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 이후 3년9개월 만이다. PGA투어 통산 16승째.
물 흐르는 듯한 유연한 스윙으로 ‘빅 이지(Big Easy)’라는 애칭이 붙은 엘스는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우즈의 맞수로 주목 받았지만 무릎 부상에 따른 공백기를 거치는 등 PGA투어에서 3년이 넘도록 무승 악연에 시달려야 했다. 엘스는 우승으로 세계 랭킹도 4위에서 한 계단 올라섰다.
엘스의 우승은 최근 1년5개월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우승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부활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미국 남녀 양대투어에서 우즈와 로레나 오초아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하향세의 톱스타들이 새롭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 올 시즌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공동 선두 그룹에 3타 뒤진 공동 8위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엘스가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해 기쁨을 더했다. 7번홀까지 4타를 줄여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엘스는 17번홀(파3)에서 1타를 잃었지만 우승을 다투던 마크 캘커베키아(미국)와 루크 도널드(잉글랜드)가 덩달아 무너지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달 두바이데저트클래식에서 최종일 우즈에게 당한 역전패를 씻는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부진했다. 앤서니 김은 공동 49위(6오버파), 위창수는 공동 69위(9오버파), 양용은은 공동 72위(11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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