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군이 에콰도르 영내에서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의 2인자 라울 레예스 대변인 등 반군을 사살하자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 정부가 콜롬비아 국경지역에 군대를 긴급 배치하는 등 남미에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FARC 소탕에서 비롯된 3국 갈등
이번 갈등은 1일 콜롬비아군이 에콰도르 국경 안으로 들어와 레예스 등 반군 17명을 사살하면서 비롯됐다. 콜롬비아는 반군의 공격을 받아 대응했을 뿐이라고 통보했으나 에콰도르 정부는 “사망한 반군이 잠옷 차림으로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전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콜롬비아 정부의 해명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콜롬비아 주재 자국 외교관을 불러들이고 2일에는 TV 연설에서 “군부대가 콜롬비아 국경지역으로 이동하도록 명령했고 에콰도르 주재 콜롬비아 대사를 추방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에콰도르가 “콜롬비아군이 반군 소탕을 위해 영토를 침범했다면 이는 명백한 주권침해”라고 비난하자 콜롬비아 정부는 “코레아 대통령과 FARC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문서를 발견했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남미에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에콰도르를 두둔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2일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에콰도르를 지원하겠다”며 “국경지역에 10개 대대(약 6,000명)와 탱크를 배치하고 콜롬비아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관을 폐쇄하며 외교관 철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가 에콰도르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에 차베스 대통령은 콜롬비아군의 에콰도르 영토 침입을 자국에 대한 침공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좌ㆍ우파 정권 대결 양상으로
차베스 대통령은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을 지원하는 미국을 겨냥,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지만 우리베 정부를 배후 조종하는 미국이 우리의 동맹을 분열시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우리베 대통령을 ‘범죄자’로, 콜롬비아를 ‘테러국가’로 몰아세우고 “콜롬비아가 남미의 이스라엘이 되고 있다”며 콜롬비아가 친미 정부로부터 해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갈등이 자칫 에콰도르를 지원하는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우리베 정부를 비호하는 미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BBC는 차베스 대통령의 위협에도 불구, 이번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우리베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최근 차베스 대통령의 중재로 두 차례에 걸쳐 인질 6명을 석방하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FARC가 인질을 추가 석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거리 두기에 나선듯한 모습이다. 고든 존드로 미 국가안전회의(NSC) 대변인은 “콜롬비아 정부가 테러단체 FARC에 취한 조치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3국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에 나설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중인 남미국가연합(UNASUL) 창설 논의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사태를 조기 진화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브라질 언론과 스페인 EFE통신은 이달 말로 예정된 UNASUL 창설 논의를 위한 회의 개최가 3국의 갈등으로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UNASUL 창설은 유럽연합(EU)을 본떠 남미 12개국을 하나의 정치적 결사체로 묶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4월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남미국가공동체 12개국 에너지 정상회담에서 제기됐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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