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들이 동남아시아와 대만 증시에 재상륙했다. 아시아 신흥 6개국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주 23억달러 가량 순매수했다. 대만에선 중국과의 화해를 내세운 국민당의 승리를 예상하고 무려 19억달러 규모를 선취매했다. 대만을 제외해도 아시아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는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비록 3일 뉴욕증시 급락여파로 2,400억원대의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에서도 ‘입질’을 시도하고 있다.
올들어 외국인이 거래소시장에서 순매수를 기록한 날은 모두 6일로 7,428억원. 그러나 1,2월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10조5,56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매도액 24조7,117억원의 42%를 두 달간 쏟아낸 셈. 그러나 2월 외국인 순매도는 전달에 비해 급감한 2조5,336억원으로 집계돼, 매도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일관하다 오락가락 매매로 태도를 바꾸자 증시 분석가들은 ‘매물폭탄’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뉴욕증시와 함께 증시의 잣대로 통한다. 외국인은 수급의 한 축을 떠나 투자심리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외국인의 태도변화는 무엇보다 글로벌 펀드의 자금흐름이 개선되고, 한국증시의 저가 메리트가 부각되기 때문이란 설명. 지난 주 글로벌 펀드자금은 8주 연속 순유출되다가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한국이 속한 해외 펀드 가운데는 아태지역 투자 뮤추얼펀드에서 5,122만달러가 유출된 것을 제외하면 신흥국, 글로벌, 아시아(일본 제외) 뮤추얼펀드로 약 17억달러의 자금유입이 이뤄졌다.
신흥국 중에선 남미지역과 중동ㆍ유럽ㆍ아프리카 지역 펀드의 자금유입이 빠르게 늘어 일본을 제외한 아태지역 펀드가 제자리 걸음 것과 비교된다. 브릭스 펀드 가운데는 라틴펀드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됐으며, 신흥 유럽펀드에도 2주 연속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업종으로는 기술주와 통신주, 유틸리티주 등에 자금유입이 이뤄졌다.
한국증시의 저평가에 대해 신영증권은 “주가수익비율(PER)이 11.2배로 15배에 육박하는 아시아평균은 물론 글로벌 평균의 12.7배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대비 한국증시가 12.3%나 할인돼 있어 그 차이가 점차 축소될 것이란 예상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유동성(금리) 측면에서 수급이 의외로 호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실질금리가 1%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커진 유동성이 증시에 매우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은 외국인의 매수와 관련 “새로운 자금유입이 시장상승의 엔진이 될 가능성은 낮다”며 기대치를 낮출 것을 권했다. 신흥국 투자 펀드의 지역별 선호도는 중동ㆍ유럽ㆍ아프리카에 이어 남미지역, 그리고 아태지역이기 때문에 한국증시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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