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ㆍ1절 기념사에서 "역사의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 없다"고 '미래지향'을 강조했다.
"한일 양국이 실용의 자세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언명한 데서 우선은 대일 관계 강화 의욕이 느껴지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은 "편협한 민족주의가 아니라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면서 "남북문제도 배타적 민족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민족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념의 시대는 갔고, 투쟁과 비타협으로 갈등하던 시대도 이제 끝나야 한다"면서 "정치와 경제, 외교안보, 노사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실용의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젠가 한번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데도 정치적 위험부담 때문에 미뤄져 왔던 쟁점을, 역사적 의미가 특별한 3ㆍ1절을 맞아 정면으로 언급한 대통령의 용기를 평가한다. 아울러 역사의 커다란 매듭 하나가 풀려가는 시대의 변화를 실감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한국 민족주의는 일본의 국권 침탈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감에서 싹터 자랐고, 해방 이후에도 과거의 기억을 되새김질한 결과 얻어진 '현재적' 대일 반감을 원동력으로 삼았다.
또 그렇게 형성된 민족주의를 대북관계는 물론 북한 문제가 함께 얽힌 대외관계 인식에서 으뜸 잣대로 활용돼 왔다. 그 결과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처럼 객관적 환경과 정책목표 인식과 동떨어진 원리주의적 사고가 전략적 판단을 제약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언급은 이른바 '폐쇄적 민족주의'의 토대를 허물고, 그 주된 발현 통로까지 동시에 차단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새로운 사고와 인식의 기초로서 '열린 민족주의'와 실용주의를 강조한 것도 현실 적합성이 크다.
다만 이런 정책 변화 흐름을 결코 일본 스스로 반성과 사죄의 역사적 책무를 더는 구실로 삼을 수는 없다. 또 의식의 변화란 결국 현실 변화의 누적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에서 더딘 의식변화에 대통령이 초조해서도 안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