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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우 7년만에 개인전/ 자유로운 붓의 질주 박제된 십장생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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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우 7년만에 개인전/ 자유로운 붓의 질주 박제된 십장생 깨어나다

입력
2008.03.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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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 속에 박제돼 있던 오래된 십장생(十長生)이 대형 캔버스에서 되살아났다. 빨강, 노랑, 보라, 연둣빛으로 넘실거리는 유화 속 불로장생이 신생의 영물처럼 경쾌하고 천연하다.

동양적 소재를 서양화의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해온 오승우(78) 화백의 개인전 ‘십장생도’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예술원 회원인 그는 한국적 인상주의를 확립한 근대화단의 거목 오지호(1905-1982) 화백의 장남이자 2006년 타계한 오승윤 화백의 형으로도 유명한 인물. 이번 전시는 2001년 열린 ‘동양의 원형’전 이후 7년 만이다.

10여년을 주기로 한 가지 주제의 연작을 만들고 난 후 다른 주제로 옮겨가곤 하는 그의 작업 스타일은 불전(佛殿)과 불사(佛寺), 한국의 산 등을 두루 일주한 후 십장생도라는 새로운 영토에 당도했다. 앞서의 소재들이 구체적인 정경이었다면 이번 시리즈는 철저히 관념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오 화백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을 터.

하지만 길은 자유로운 붓의 질주에 있었다. 원근이 부재하는 그의 신묘한 공간에서 군학은 장생의 기쁨을 춤추고, 거북은 옥류를 헤엄치며 수복강령의 영기(零氣)를 내뿜는다.

천도(天桃)는 터질 듯 탐스럽고, 사슴은 길게 허리를 뻗고 누워 초원에 배를 부빈다. 기교와 작위를 털어내고 분방하게 뻗어나가는 필법과 색채가 몽환적이면서도 정겹다. 불로장생은 자칫 탐욕이지만, 이곳에서는 생의 낙관으로 다가온다.

아버지의 화풍을 닮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는 오 화백은 “나는 서양화가지만 어떻게 하면 동양적인 세계, 한국적인 미를 화폭에 담을 수 있을까를 평생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일까지. (02)580-1300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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