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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금빛 마릴린 먼로, 만화적이며 종교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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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금빛 마릴린 먼로, 만화적이며 종교적인

입력
2008.03.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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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아니 ‘마릴린 먼로’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연기한 여배우 노마 진 모르텐슨은, 보면 볼수록 새로운 면모가 드러나는 진정한 미스터리의 인물이다. 그가 1962년 8월 5일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면서, 먼로는 대중의 뇌리에 영원히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것은 부유하는 강력한 상징-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한데 엉킨-이 됐고, 각종 매체를 통해 무수히 재생되며 불멸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마릴린 먼로’라는 표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천박한 예로는 최근 린지 로한이 먼로의 마지막 사진들을 모방한 일을 들 수 있겠다. 1962년 먼로는 사망하기 6주전에 <보그> 지를 위해 사진가 버트 스턴과 세 번의 촬영을 진행했는데, 프린트 전반에 아주 독특한 미적 정조가 흐른다. 하지만, 같은 사진가가 촬영했음에도 로한의 사진들에는 특별한 매력이 결여된 것처럼 뵌다.

물론, 사진 이미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다른 힘을 얻기도 하므로, 두고 볼 일이다. <뉴욕> 지의 기획자들은 “로한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요절한다면?”이라는 무언의 가설을 지렛대 삼아 홍보에 성공했지만, 결국 남는 생각은 하나다. “야, 마돈나 루이즈 베로니카 치코네(팝 가수 마돈나의 본명)는 정말로 ‘먼로 연기’를 잘 했던 거로구나.”

그럼, 먼로를 다룬 위대한 작품을 예로 들자면? 나는 앤디 워홀을 최고로 꼽는다. 먼로가 죽자, 워홀은 영화 <나이아가라> (1953)의 여배우 홍보용으로 배포된 인물 사진(흑백)을 구해 먼로 연작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는 황금, 노랑, 청, 녹, 청록 등의 색으로 단일하게 캔버스를 칠하고 그 위에 먼로의 이미지를 실크스크린으로 프린트했다. 하나의 얼굴을 담은 작품도 있고, 아홉 개의 얼굴을 담은 작품도 있고, 스물 다섯 개짜리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이의 시선이 고정되는 군계일학의 작품은 바로 <금빛 마릴린 먼로> (1962)다.

황금색 배경에서 유령처럼 떠오르는 먼로의 얼굴은 노랑, 연분홍, 빨강, 청록 등의 색으로 장식돼 일견 만화적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느낌은 대단히 종교적이다. 황금의 여백 가운데 얼굴을 배치했기 때문에, 관객은 누구나 기독교의 이콘화 양식을 연상한다. 그렇다면, 먼로는 이 시대의 성인이고, 순교자란 말일까?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금빛 먼로의 도상을 “과감하지만 연약하고, 강력하지만 쉽게 파악되지 않는 이미지”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먼로 연작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몇몇 그림에서 마릴린 먼로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우리 시대의 주요 섹스 심볼을 재현하고 있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난 먼로를 그저 또 다른 사람으로 볼 뿐입니다. 하여간, 그런 격렬한 색으로 먼로를 그려서 그림이 상징적인 겁니다. 이건 아름다움이에요, 또 그는 아름답죠, 그리고 무언가가 아름답다면, 그건 예쁜 색채 때문이에요, 그뿐입니다. 혹은 뭔가.” 야릇하지만 의미심장한 ‘잘 의도된 대사’가 아닐 수 없다.

미술평론가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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