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29일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경북 포항 남ㆍ울릉) 공천 논란을 서둘러 봉합했다. 공심위는 당초 무기명 투표로 이 부의장 공천 여부를 가리려 했다가 아예 투표도 하지 않고 공천을 확정했다. 소수의 반대가 있었지만 다수의 찬성으로 결정했다. 전날 일부 공심위원들이 ‘이 부의장 공천 배제’를 주장해 당이 발칵 뒤집어진지 하루 만이다.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이로써 한나라당의 공천 물갈이론은 명분을 상당 부분 잃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공심위는 이 부의장을 공천에서 탈락시켜 영남권 등 중진 물갈이의 ‘시범 케이스’로 활용하려 했다는 관측이 많다. 73세의 고령으로 6선에 도전하는 이 부의장을 건드리지 않고는 다른 중진 의원들을 교체할 동력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날 공심위에서 이 부의장 낙천을 주장한 인사들은 “3선 이상 중진과 고령 의원들은 모두 공천에서 제외해야 한다”, “다른 고령 중진 의원은 탈락시키면서 대통령의 형이란 이유로 이 부의장만 공천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등의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친(親) 박근혜계에서 “진짜 표적은 우리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며 내심 이 부의장 낙천에 반대한 것도 공심위의 이런 기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권 물갈이 대상 중 상당수는 친박 의원이다. 반대로 친 이명박계에선 이 부의장 공천 배제 움직임에 대해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공심위가 물갈이 명분을 희생하면서 하루 만에 사태를 정리한 것은 이 부의장이 “나이와 선수가 공천 기준이 돼선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데다, 이번 파문이 권력 핵심부의 암투로 비치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선 “이 부의장 중심의 원로 그룹이 청와대와 내각 인선을 주도하자 이재오 의원과 그 주변에서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었다. 특히 이 의원과 가까운 공심위원들이 이 부의장 탈락론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런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최문선 기자moonsun@hk.co.kr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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