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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텃밭백과 박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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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텃밭백과 박원만

입력
2008.03.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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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를 갈무리하자면 정리도 해야 하고, 봉지나 통에 넣어 이름표도 달아야 하고,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방안에 들고 가서 말리고 비비고 해 튼실한 놈으로 골라 놓아야 하니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15쪽)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원만(46) 책임연구원의 별난 일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진정한 농사는 채종(採種)이 선행돼야 한다”고 믿는다. 씨부터 고르고 땅을 북돋워, 완전한 유기농법으로 키워내는 농사가 10년째다.

<텃밭백과> 는 유기농법의 실제를 인간의 체온으로 펼쳐 보인다. 저자가 직접 찍은 1,400여컷의 사진들은 황토빛과 연두빛으로, 21세기 문명에 밀려 사라져 가는 가치를 형상화해 낸다.

그것은 한 끼 밤참으로 더할 나위 없는 물김치와 찐 고구마(315쪽)일수도, 5일장에 나온 왕고들빼기(496쪽)일수도, 서리를 맞고도 견뎌내는 케일(95쪽)일수도 있다.

영양 풍부한 배추에 붙어 사는 좁은가슴잎벌레, 섬서구메뚜기(44~50쪽) 또는 병충해에 강한 들깨에까지 들러 붙은 날벌레(444쪽) 따위가 보여주는 날것 그대로의 모습에는 각종 농약과 농법이 판치는 이 시대가 잃은 가치를 불러 낸다.

“우연히 땅이 생기고 나니, 오랫동안 잊고 있던 초가지붕과 사립문이 눈에 자꾸만 아른거리더군요.” 시골(경북 울주군) 출신이지만 그 동안 농사와 담을 쌓고 지냈던 그에게 텃밭의 기억이 새록새록 다가왔다.

시중에 나와 있는 도서라고는 우리 실상과 다른 일본책을 옮긴 것뿐인 터에, 그는 아예 자신이 하나의 모델을 수립해 기록으로 남기자고 마음 먹었다. “심는 시기, 복토(씨앗을 덮는 흙)의 정도, 수확 시기, 자라는 모양 등에 관한 정보를 초심자용으로 정리해 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그의 글에 갓난 아기를 기를 대와 같은 흥분과 경이가 살아 있는 것은 그래서다.

“아들 토란, 손자 토란, 알토란, 씨토란”이라 나눠 부르는 토란은 숫제 식구다. “장마가 그치면…(중략)…다시 흙을 살짝 덮어 준다. 그러면 토란은 보답이라도 하듯이 잘 자란다”는 것이다. 책은 도서 출판 들녘의 ‘생태적 삶을 위한 귀농 총서’의 제 20권이기도 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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