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대어로 옮긴 백석 시 99편… 에로티시즘 깃든 '님의 침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대어로 옮긴 백석 시 99편… 에로티시즘 깃든 '님의 침묵'

입력
2008.03.03 00:42
0 0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한국 현대시사의 앞머리를 풍요롭게 장식한 시인 한용운(1879~1944)과 백석(1912~1995)의 작품 해설서가 나란히 출간됐다.

이숭원(53) 서울여대 교수가 분단 이전 백석이 발표한 모든 시에 해설을 붙인 <백석을 만나다> (태학사 발행)를, 국문학자이자 불교철학자인 김종인(44)씨가 한용운의 유일한 간행시집 <님의 침묵> (1926)을 해설한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나남 발행)을 내놨다.

재작년 백석 시에 대한 주해서 <원본 백석 시집> 과 연구서 <백석 시의 심층적 탐구> 를 출간했던 이 교수는 이번 책에서 백석의 첫 발표작 ‘정주성’(1935.8)부터 해방공간에서의 마지막 발표작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1948.10)까지 시 99편을 일일이 해설하고 현대어로 옮기는 수고를 들였다. 이 교수는 “분단 후 백석이 북한에서 발표한 시들은 백석답지 않다고 여겨 제외했다”고 말했다.

해설은 꼼꼼하고 친절하다. 이 교수는 평북 정주 출신인 백석의 시에 자주 나오는 고향 지역 풍경, 풍속, 방언부터 자세히 설명하며 시인의 진의(眞意)에 착실히 다가간다. 성급한 논리 비약이나 과도한 감상을 멀리하면서 성실한 자료 조사와 합리적 추론으로 백석과 그의 시 세계에 접근하는 태도는 시 해설의 한 전범이 될 만하다.

김씨는 <님의 침묵> 의 기저에 ‘에로티시즘’이 자리하고 있다며 한용운 시의 새로운 이해를 제안한다. 그는 “만해가 선(禪)적 깨달음을 사랑시를 빌어 표현했다는 해석이 많지만 정작 <님의 침묵> 엔 불교 어휘가 거의 없다”면서 “ <님의 침묵> 속 사랑은 원천적으로 이성에 대한 사랑이며, 만해가 이런 에로티시즘을 사회와 역사, 현대성과 결합해 현대적 불교 이해로 승화시켰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런 관점에서 <님의 침묵> 에 수록된 90편의 시를 해설했다. 일례로 서시(序詩)인 ‘군말’에서 ‘중생이 석가의 님’이란 시구를 지적하며 “‘석가는 중생의 님’이란 불교의 고전적 명제를 뒤집은 이 역설의 구절은 단순한 문학적 기교가 아니라 20세기 민주주의 사회 문화에 따른 만해의 불교 재해석”이라고 설명한다.

‘님의 침묵’의 유명한 구절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에 대해선 “첫 키스는 소녀를 여인으로 ‘날카롭게’ 급변시키곤 속절없이 지나가 ‘추억’이 돼버린다”며 “만해는 키스라는 원초적 성애의 행위에서 절대진리의 현현을 찾아냈다”고 해설한다.

이훈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