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 간절히 원한 두 가지가 청바지와 LP판이었습니다. 핑크플로이드의 앨범 을 갖고 싶었지만 그것을 사는데 필요한 200루블이 제겐 천문학적 금액이었어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부총리의 젊은 시절 회고담이다. 1960~70년대 서구 젊은이처럼 그 역시 자유와 반항의 아이콘인 청바지와 록 음악에 빠져있었다. 최근 크렘린궁으로 전설적 록 그룹 딥퍼플을 초청한 것도 바로 그다.
푸틴 대통령처럼 메드베데프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상트 페테르부르크 법대를 나왔다. 공장 노동자 집안의 푸틴과 달리 그는 공학 교수인 아버지와 러시아어 교사인 어머니를 둔 엘리트 가정에서 모범생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판사가 되고자 했던 메드베데프는 1991년 스승인 아나톨리 소브차크 교수가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다당제와 시장경제를 주창한 소브차크 그룹에 참여해 시정 개혁에 동참한 것이다.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회장 등이 소브차크 그룹의 일원으로 현 ‘리버럴파’의 모태다.
푸틴과의 만남도 이 때 이뤄졌다. 당시 푸틴은 외국인 투자를 담당한 부시장이었는데 메드베데프가 그의 법률 자문을 맡아 강력한 신임을 얻었다. 99년 모스크바 중앙 정계로 진출한 푸틴이 권력을 잡자 메드베데프도 곧바로 가즈프롬 회장, 건강ㆍ복지 담당 부총리 등으로 고속 승진했다. 열성적인 하드록 팬이자 프랑스산 와인 애호가이며, 이탈리아 정장을 즐겨 입는 그의 취향은 그야말로 친서방적이다. 하지만 그의 재임기간 가즈프롬의 국가 소유가 확대되는 등 자유주의적 이미지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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