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도 시선이 있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홍보문구다. 봄 가을로 신상품을 팔아야 하는 처지이니 대중의 패션 욕구를 환기시키는 브랜드의 마케팅 활동이 유난스러울 것이야 없지만, 발상이 퍽 신선하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중년 이후 세대임은 통계가 말해주는 바지만, 패션에 대한 욕망은 세대와 장소를 초월한다는 것을 이토록 단순명료하게 보여주는 문구가 또 있을까. 본격적인 아웃도어 시즌이다.
모처럼 TV를 끄고 산으로 들로 신선한 봄마중을 나서는 길이라면 기능은 물론 패션까지 아우르는 똑똑한 퍼포먼스 웨어를 잊지 말자.
■ 등산복 - 친환경 & 슬림핏(slim-fit)
캐주얼한 점퍼로 입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디자인과 색감이 화사해진 등산복은 올해 친환경 소재의 다채로운 활용과 날씬해보이는 슬림핏 재단이 가장 눈길을 끈다. 라푸마 강석권 디자이너는 “등산 뿐 아니라 등산 이후의 스케줄도 소화할 수 있도록 스타일리시한 등산복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이번 시즌에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맥시멀리즘 트렌드를 접목한 과감한 색상과 화려한 무늬의 슬림핏 등산복이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즌 유행 색상인 노랑을 필두로 오렌지 핑크 그린 등 봄꽃을 연상시키는 선명한 색상이 성별과 상관없이 많이 쓰였다. 등산복은 활동성을 위해 다소 크게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올해는 소재의 혁신을 통해 부피감을 줄이고 다양한 절개선과 배색효과를 통해 날씬해보이도록 디자인 한 슬림핏 스타일이 대거 출시됐다.
가슴과 허리에 직선 혹은 곡선의 절개선을 도입해 상체의 실루엣을 살리고, 하의에는 무릎 절개선을 넣어 활동성을 보장하면서 밑단은 약간 넓혀 다리가 길고 늘씬해보이도록 했다.
친환경도 중요한 이슈다. 코오롱스포츠 정행아 디자인실장은 “올해 아웃도어 패션의 화두는 에콜로지(생태)”라면서 “천연 소재와 리사이클링 제품 등 자연친화적인 소재가 활발히 이용되고있는 것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대나무 섬유, 숯 섬유, 콩 섬유 등이 클라이마쿨 고어텍스 등 전통적인 방수투습 기능성 소재와 함께 부각되고 있다.
■ 골프웨어 - 경쾌한 레이어드 룩 대세
20, 30대 젊은 골퍼들의 꾸준한 증가에 힘입어 골프웨어가 점점 더 경쾌해지면서 일반 캐주얼웨어와의 경계를 거의 지워낸 느낌이다. 특히 올해는 패션계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트롱프뢰이유(눈속임 기법)를 적절히 사용해 옷을 두 장 겹쳐입은 듯하거나 실제로 겹쳐입는 레이어드 룩(layered look) 등 패션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휠라골프 김승희 디자인실장은 “긴팔 티셔츠에 반팔 바람막이 재킷이나 모자가 달린 지프 여밈 카디건을 매치하는 등 겹쳐입기가 젊고 발랄한 느낌을 살리는 연출법으로 큰 인기”라고 말했다.
등산복과 마찬가지로 밝은 오렌지와 분홍 파랑 계열 상의와 하얀색 또는 베이지색 하의를 매치하는 깔끔하면서 화사한 느낌이 중시된다. 보그너골프는 로맨틱한 감성 위주의 최근 패션 경향에 맞춰 속이 비치는 시스루 소재와 셔링, 스티치 등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가미한 골프복을 내놓았다. 닥스골프는 봉긋하게 부푼 벌룬 소매의 반코트, 리본과 셔링으로 장식한 티셔츠 등 패션성을 한껏 강조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소재는 뛰어난 자외선 차단 효과와 수분 관리 및 신축성을 자랑하는 클라이마모션, 일교차가 심한 초봄 라운딩에 적합한 클라이마웜 등 기능성 소재가 주를 이룬다.
■ 컴프레션 웨어 - 한 번 입으면 못 벗는 착용감
지난해 운동할 때 입는 기능성 속옷으로 큰 인기를 모은 컴프레션(compressionㆍ압박) 이너웨어는 ‘내의’라기보다는 운동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속에 받쳐입는 티셔츠의 개념으로 봐야 할 듯하다. 더구나 올해 강남 일대 유명 피트니스센터에서는 “둘 중 한 명은 컴프레션 웨어 차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다소 민망한 제품이지만, 근육을 적당히 조여서 부상을 막고 근육의 움직임을 옷 위로 그대로 노출, 근육을 조각하려는 남성들이 특히 선호한다. 아디다스 홍보담당 홍종태씨는 “젊은 스포츠 마니아들은 장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특징이 있어 기능성 이너웨어 시장도 대폭 커질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검거나 흰색 일색이었던 ‘나이키프로’에 빨강 파랑 노랑 등 현란한 색과 로고플레이를 곁들여 패션성을 더한 제품을 내놓았다.
아디다스는 어깨 허벅지 무릎 등 주요 근육을 서로 연결하는 부위에 신축성 있는 파워밴드를 부착해 부상 위험을 감소시키고 자세를 교정해주는 ‘테크핏 파워웹’을 출시했다. 국산으로는 유일한 컴프레션 웨어 전문 브랜드 스켈리도는 테이핑 요법 컨셉트를 도입, 통증점과 인대점을 눌러주는 선을 두른 ‘스파이더라인’을 출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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