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 이후 일주일 간 '격식 파괴'와 '실용'의 숨결을 청와대와 사회 구석구석에 불어 넣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일 잘하는 정부' 를 내세운 만큼 그간 '일을 잘하기 위해선 이렇게 하라'는 지침을 쉬지 않고 쏟아냈다.
휴일에도 청와대는 평일처럼 움직였고, 새벽 출근에 한밤 퇴근이 일상화했다. 청와대 비서진은 이 대통령의 시테크를 따라가기 위해 애를 먹고 있다.
첫 일요일인 2일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여민1관은 북새통이었다. 3층에선 칸막이를 없애고 컴퓨터를 설치하는 등 리모델링이 한창이는데 이 와중에 비서실장실 옆 회의실에선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
바로 이 시각 이 대통령은 1시간40분 간 류우익 대통령실장, 김인종 경호처장, 김백준 총무비서관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순시하며 실용의 메시지를 생산해냈다. 한쪽에선 공사하고, 옆방에선 회의하고, 대통령은 쉴새 없이 지시하는 것이 요즘의 청와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순시에서 청와대가 서울의 관광 명소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경내 분수대 등을 대폭 개방해 "청와대와 사람들 간의 거리를 좁히라"고 지시했다.
관광객을 위한 시설인 효자동사랑방에 둘러보다 아무 무늬가 없는 그릇이 판매되는 것을 발견하고 "청와대 마크가 새겨져 있는 그릇을 팔아야 사가지 누가 사가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또 주차장을 돌아 본 뒤 "고유가 시대에 공직자부터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라"고 메시지를 던졌다. 주차장 공간이 줄도록 재설계하라는 지침도 떨어졌다.
청와대에선 '창조적 실용주의'라고 부르는 격식파괴도 키워드가 됐다. 3일 열리는 첫 국무회의도 내용과 형식이 확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월 1, 2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주요 정책토론을 이끌고, 의례적으로 상정되는 의결 안건 처리를 위한 국무회의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맡기로 했다. 국무회의를 실질적인 토의의 장이 되게 하기 위한 조치이다. 30여명에 달했던 배석자도 최대 18명으로 제한한다.
상시배석자를 국무총리실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법제처장 국가보훈처장 서울시장 등 6명으로 한정했다. 효율적 일처리를 위해 비서관들에게는 직보(直報) 권한이 주어졌다. 1일 3ㆍ1절 기념식에선 대통령 부부가 독립유공자들과 나란히 단상에 입장해 다른 참석자들과 같은 선상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새 정부의 각료들이 인사 파동에 휩쓸리면서 상처를 입기도 했던 격동의 일주일이었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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