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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강북구의 주민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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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강북구의 주민발의

입력
2008.03.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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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있었다. 시장의 '광역화장장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이를 주도했으나 정족수(3분의 1)를 못 채워 부결됐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제도인 지자제에서 주민소환의 추진경위와 그 결과는 모두가 존중해야 할 좋은 교훈이었다.

풀뿌리 민의를 반영하는 제도로는 주민소환과 함께 주민발의가 있다. 지자체 선거인 중 일정 비율의 서명으로 의회가 제정한 조례의 개폐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성립요건을 5%로 정한 서울 강북구에서 지난주 지자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주민발의가 시작됐다.

■강북구민들은 구의원들이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의정비만 턱없이 인상했다며 "주민자치냐, 의원자치냐"는 구호를 내걸어 따지고 있다.

의원들이 애초의 무보수 명예직에서 스스로 '유보수 전문직'으로 슬쩍 변신하더니, 지난해 자체 조례로 연봉(3,284만원)을 67%나 인상(5,495만원)했기 때문이다.

행자부가 "너무하니 깎아라"고 권고하자 1인당 월 10만원씩 연간 120만원을 줄이는 것으로 시늉을 냈다. 의원 14명 중 최선 의원(민주노동당)만 반기를 들었다. 1, 2월의 인상된 의정비를 모두 반납하고 구민들과 함께 주민발의를 시작했다.

■최 의원이 13명의 의원들로부터 '왕따'를 당했음은 물론이다. 그들은 '악수 안 하기'나 '함께 밥 안 먹기' 등 유치원생 수준의 집단행동을 하더니, 결국 의원 제명을 위한 윤리특위를 구성했다.

13명이 똘똘 뭉쳐 결의안을 냈으나 주민들이 본회의장에 몰려와 항의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그들은 의정비를 인상하면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데 인상폭에 대한 설문에 43.5%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이를 "구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해 정당성을 보강했다. 대폭 인상의 명분이 '품위 유지'라면서 품위를 스스로 깔아뭉개고 있다.

■일본의 한 지방의회는 스스로 '일당제 급여'를 만들었다. 3,000만원 정도의 연봉도 미안하다며 '일한 날만 돈을 받자'고 합의했다. 출근하는 날을 일당(27만원)으로 계산해 받고, 절약한 예산 2억3,000여만원을 주민들 출산장려비로 돌렸다. 강북구는 재정자립도 30%로 서울시 25곳 가운데 22위다.

건보료 1만원도 못 내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조례마저 돈이 없다며 '6.000원 미만'으로 대상을 줄이자는 데가 강북구 의회다. 인상된 의정비의 반이면 '건보료 1만원 미만 주민' 모두에게 혜택을 줘도 남는다. 주민발의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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