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방향(저성장-고물가)으로 달아나는 '두 마리 토끼'(물가안정과 경기부양)를 다 잡을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새 정부에 주어진 첫번째 난제이자 딜레마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내려선 안 된다'는 상반된 주장의 금리 논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의 금리 인하 공세는 금융연구원이 주도하고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최근 저성장-고물가 압력 하에서의 통화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세계 경기둔화로 우리 경제의 저성장-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 국면 진입 가능성이 높다"며 "물가보다는 경기에 초점을 맞춰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가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라는 근거는 세 가지다.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기조를 유지하지 않더라도 이미 긴축상황이 전개되고 있고, (미국 등 주요국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따른) 내외 금리 차 확대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경상수지 적자폭도 확대되고 있다는 것.
신 연구위원은 "수출 수요 감소와 교역조건 악화로 총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데다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 및 외국자본의 해외이탈로 민간 경제주체는 이미 현실적인 통화긴축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선제적인 금리 인하로 내수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3월 금리 인하'에 힘을 실었다. 그는 "현재는 경기와 물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두 달 후에는 물가보다는 경기가 더 부각될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지금의 지표만 보고 금리를 내리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겠지만 경기 흐름상 (금리를) 내려 할 시점도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날 '최근 물가급등의 주요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된 물가 부담쪽에 손을 들어줬다.
보고서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3.9%, 생활(체감)물가지수 상승률은 5.1%나 급등했다"며 "원자재 가격 폭등 등 해외요인과 비용인상의 영향이라고 판단되는 만큼 금리 인상보다 '중립적 금리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시장은 금리 인하를 대세로 받아들이면서도 물가상승 압력에 제동이 걸리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달 27일 "경제성장률이 6%에 가까이 가도록 노력" "물가 부담 최소화" 등 강 내정자의 말에 따라 시장금리가 출렁였다.
한은은 동결 패를 던질 요량이면서도 인하 카드도 곁눈질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존재 이유로 여기는 한은 입장에서 금리를 낮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는 "올해는 경기 하향 위험보다 물가 상승의 위험이 조금 더 큰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는데, 오히려 1월보다 2월 물가상승 압력이 더 높아졌다.
물가와 경기 지표의 '시차증후군' 때문에 지표상 확연히 드러나는 물가상승 압력과 달리 경기둔화의 뚜렷한 징후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도 금리 동결로 기우는 이유다.
일각의 기대와 달리 3월은 물가와 경기의 균형, 국내외 흐름을 더 살피겠다는 설명과 함께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이 이 달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예고한데다 성장에 무게추가 쏠린 새 정부의 정책의지가 한은의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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