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반신·두손 없는 미국 고교 레슬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반신·두손 없는 미국 고교 레슬러

입력
2008.03.03 00:42
0 0

아이큐(IQ) 75의 저능아 꼬리표에다 두 다리마저 불편한 청년. ‘정상’과는 거리가 먼 청년이 미식축구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탁구국가대표팀에 발탁되며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지난 95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휩쓴 <포레스트 검프> 얘기다.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인 스포츠계의 인간승리 주인공들이 최근 연달아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인근에 사는 고교 레슬링 선수 더스틴 카터(18ㆍ힐스보로고)의 휴먼스토리를 전했다.

카터는 일반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조건을 지녔다. 다섯 살 때 악성 세균 감염으로 사지를 절단해 다리는 무릎부터, 팔은 팔꿈치 아래부터 잘려나간 것. 하지만 카터의 레슬링 실력은 정상인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그는 올시즌 학교 대표 자격으로 치른 경기에서 41승2패의 경이적인 성적을 냈고, 2일 끝난 ‘디비전2 토너먼트’에서는 8강까지 진출했다. 카터는 패자부활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은 기립박수로 카터의 아쉬움을 달랬다.

카터는 대회를 마친 뒤 “나는 다른 레슬러들과 똑같이 매트 위를 뒹굴고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에 다닌다. 나는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이 날 보고 안쓰럽게 여기는 게 싫다”고 당당히 말했다.

카터가 오하이오주의 ‘영웅’이라면 사우스다코타주에서는 ‘자유투 소녀’가 화제다. 올해 11세의 카일리 패스티언이 그 주인공. 패스티언은 2년 전, 오른 다리 뼈에 종양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주치의는 약한 외부 충격에도 뼈가 손상될 수 있다며 ‘운동 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유달리 농구를 좋아하던 패스티언은 더 이상 친구들과 코트에 설 수 없게 됐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코트 밖에서 목청껏 응원하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패스티언은 수시로 코트를 드나들며 그물을 흔든다. ‘경기 중 자유투가 주어졌을 때 패스티언이 대신 던질 수 있다’는 이른바 ‘카일리 룰’이 채택됐기 때문. 아직까지 한 사람을 위한 이 특별한 룰에 반기를 든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지난달 98개 팀이 참가한 대규모 대회에서도 적용됐다. 패스티언은 ‘카일리 룰’이 생긴 후로 자유투 8개를 연속으로 성공시키기도 했다고.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만든 이례적인 규칙이 한 소녀의 꿈을 되살린 셈이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