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적게, 세제는 단순하게.'
강만수 기획재정부호(號)가 닻을 올리자마자 대대적인 조세 개편을 선언했다. 강 장관은 국세청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고 옛 재무부 세제실장을 거친 '세제 전문가'다.
대선 과정에서도 줄곧 저세율과 단순한 조세체계를 주장해왔다. 그런 만큼 법인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신호탄으로, 각종 목적세와 소득세, 상속세 등 조세 체계에 잇따라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저(低)세율이 이긴다
그의 저세율 정책 근거에는 '세금을 적게 거두면 경제가 활성화된다'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의 수익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생산과 투자 활동이 활발해져 세입도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배당을 하면 주주들의 소비가 증가하고, 그 영향으로 영세상인 등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이 앞 다퉈 법인세율을 내리는 것도 세금을 내리면 소득과 고용, 세입이 동시에 올라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강 장관은 2005년 펴낸 책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에서 '0% 법인세, 12.5% 부가가치세, 25% 소득세'를 조세정책 비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법인세 폐지 주장은 최근 '새 정부 5년간 법인세율 20% 인하'로 완화됐고,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에서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직접세인 소득세 뿐이다. 현재 최고 35%인 소득세율을 그가 밝힌 비전대로 25%대까지 내릴 것인 지가 관전 포인트다.
또 다른 직접세인 상속세 처리 방안도 관심거리다. 최근 학계 등이 상속세 폐지를 집중 거론하고 있는데다, 강 장관 역시 상속세 폐지가 새로운 조세 흐름이라고 언급한 탓이다.
단순함이 글로벌 스탠더드
강 장관은 돈을 벌 때 소득세를 내고, 돈을 쓸 때 소비세를 내며, 쓰고 남은 돈에 재산세를 물리는 이른바 '3세론(三稅論)'을 주장해왔다.
현실에 바로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조세 체계가 단순해야 한다는 신념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1970년대 부가가치세 도입 당시 실무 과장으로 일하면서 영업세, 물품세 등 8개 세금을 부가세 하나로 묶은 경험도 있다.
강 장관이 조세 체계가 복잡하다고 겨냥한 것은 목적세다.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세금인만큼, 정치 논리가 개입되기 쉽다. 논란이 불거질 것이 뻔한 세율 인상보다 세목 신설이 더 쉽다는 '편리함'도 있다.
더욱이 대부분 복잡한 징수 구조를 띄고 있다. 농어촌특별세는 소득세 법인세 관세 등에, 교육세는 특별소비세 교통세 주세에, 교통세는 휘발유 경유 값에 얹어 부과하는 식이다.
조세 체계의 단순화는 세수 증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감면제도 폐지, 기본 공제제도를 제외한 모든 공제제도 폐지를 주장해 왔다. 이를 통해 세제를 단순화 함은 물론, 과세 기반을 넓힐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선진국들이 1980년대부터 각종 세금감면, 비과세 조항들을 없애기 시작한 것도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다. 하지만 이런 강 장관의 소신은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교육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 도입, 소득공제 확대 방안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실제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조세 체계 단순화는 세금 운용을 투명하게 하고 납세 비용을 줄이는 장점을 갖고 있어 세계적으로 도입되는 추세"라며 "현재 30여개에 이르는 세목을 10여개 선으로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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