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팎에는 요즘 이명박 대통령 주변 실세들간 힘 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오가고 있다. 해당 인사들의 언행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주로 새 정부의 첫 인사 파동에 대한 것이다.
최근 이 대통령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정부 인선이 아슬아슬하다"며 "인선이 한나라당의 총선 압승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는 정 의원이 인사를 실무적으로 주관한 다른 실세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핵심 실세인 이재오 의원도 28일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재산이 많으면 장관직을 사양해야 한다.
국민이 위화감을 느끼면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국민화합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를 놓고 "어떤 실세가 추천한 인사들은 청와대 인사에서 물을 먹은 반면 다른 실세가 추천한 인사들은 대거 진입한 데 따른 불만 표시일 것"이라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공천 문제가 논란이 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29일 "이번 사태의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물갈이 공천' 여부였지만, 본질은 권력 실세들간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이 부의장 공천이 확정은 됐지만, 이 부의장 공천 논란의 배경에는 이재오 의원이 이 부의장을 견제하는 성격이 담겨 있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28일 공천심사위 회의 때 이 부의장 공천을 반대한 공심위원 일부가 이 의원과 가까운 친(親) 이명박 성향 인사였다는 점을 논거로 들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재오, 정두언 핵심 실세 두 사람과 이 부의장 측이 세 확산이나 생존을 위해 각각 맞서는 모양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당내에는 실세들의 발언이 총선을 앞둔 입장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한 대 국민용 발언일 뿐 권력투쟁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또 정권이 막 출범해 대통령의 서슬이 퍼런 마당에 공신(功臣)간 다툼이라는 게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는 반론이다. 이 의원은 이날 이 부의장에게 "오해 마시라"는 전화를 걸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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