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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선 메드베데프 당선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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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선 메드베데프 당선 확실

입력
2008.03.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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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실시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의 당선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차기 러시아 정부는 ‘메드베데프 대통령_푸틴 총리’의 양두정치 구도로 그려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메드베데프가 당선 이후 푸틴의 꼭두각시 역할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지도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차기 정부의 권력 구도 재편 가능성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관료주의, 부패 개혁”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지난달 15일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행한 연설에서 “러시아 내 ‘법적 니힐리즘(허무주의)’을 종식시킬 때가 왔다”며 이를 위해 사법부의 독립과 구금 상태의 개선, 고위 정부 관료의 기업 임원 겸직 근절 등을 공약했다. 이는 그 동안 푸틴 대통령의 뒤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메드베데프 부총리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이 평가했다.

따라서 메드베데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 ‘삼권분립’이나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서 거리가 멀었던 러시아 정치체제를 개혁하고 고질적인 부패와 관료주의, 언론통제 등에 메스를 들이대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메드베데프의 이런 개혁은 대통령이라는 권좌에서는 물러나지만 여전히 실권을 쥘 것으로 예상되는 푸틴과의 마찰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드베데프는 “가장 없어져야 할 소유의 형태가 국가”라고 말할 정도로 서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우호적이지만 푸틴은 독점 민주주의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의 ‘강력한 총리’를 천명한 푸틴과 개혁을 화두로 던진 메드베데프간의 정책 조율이 러시아 ‘양두정치’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실로비키와 메드베데프 중재”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권력 배분도 양두정치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다. 군ㆍ보안 계통 출신으로 푸틴 정권 하에서 실세였던 실로비키 세력은 푸틴 대통령이 자유주의자 세력의 메드베데프를 후계자로 낙점하자 반발이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메드베데프 정부에서 실로비키 세력과 자유주의자 세력의 권력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차기 정부가 권력 투쟁의 장으로 얼룩질 경우 메드베데프를 앞세워 4년간 총리로 재임한 뒤 2012년 차기 대선을 통해 크렘린궁에 재입성하려는 푸틴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따라서 푸틴으로서는 메드베데프를 실로비키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면서 동시에 실로비키의 불만을 해소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푸틴은 차기 정부에서 메드베데프를 조종하는 막후 실력자가 되기보다 실로비키 세력과 메드베데프 정부 사이에서 권력 다툼을 중재하는 조정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메드베데프 역시 실로비키 세력과 자유주의자 세력간 긴장을 이용, 대통령으로서의 입지를 최대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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