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여러분들이 말하면 그것이 모두 대통령의 뜻으로 알려져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청와대 내부의 의사소통은 좋지만, 외부로 나가는 건 유의해달라”고 ‘입이 없는 비서’가 되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확대비서관회의에 참석, “청와대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은 공사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이해당사자에게 정보도 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비서관 중심으로 일을 하겠다”며 “대통령이 추구하는 게 무엇인가 확실하게 꿰뚫어야 한다. 비서관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현장과 격리된 청와대는 안 된다”, “실천 가능한 액션플랜을 세워라”, “맡은 업무의 프로가 되라”, “혼자 독불장군식으로 하면 성과를 못 낸다” 등 실용과 변화를 위한 다양한 주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또 “일하기 위해 경호가 필요한 것이지 경호하기 위한 경호는 안 된다”고 경호 간소화를 주문했고, 청와대 집기를 바꾸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의자와 탁자가 로마시대의 것 같아 실용적으로 바꾸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내외의 호칭에 대해 “합리적 기준으로 하라. 격식 차릴 필요 없다”고 말했고, 이에 청와대는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 김윤옥’으로 지칭하기로 했다. 다만 현장에서 부를 때만 뒤에 ‘님’자를 붙이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전날 학군사관학교 임관식이 실용적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 “변화는 물 스며들듯이 해야지 강제로 명령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현대건설 근무 시절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982년 말레이시아 페낭다리를 지을 때 당시 마하티르 총리가 현장에 온다고 해서 대통령에 준하는 의전을 준비했는데, 전날 의전 담당이 와서 보고는 총리 의자를 평범한 것으로 교체할 것과 총리 자리에만 설치된 차양을 뜯어내던지 다른 5,000명의 참석자 자리에도 모두 차양을 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회의는 간간이 폭소도 터지고, 고언에 가까운 건의도 나오는 등 격의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근무하면서 고생길이 텄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하게 생겼다”고 말하자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직원들을 위해) 대통령이 퇴근 시간이 되면 관저로 바로 들어가시게 부속실장이 안내해달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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