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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재일동포에 관심과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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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재일동포에 관심과 사랑을

입력
2008.03.03 00:42
수정
2023.07.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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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 충칭(重慶)에서 개최된 2008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북한 대표팀 공격수로 맹활약한 정대세(鄭大世)가 재일동포 사회의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국적의 동포 3세인 그는 다부진 인상과 체격에 걸맞은 강인함, 발랄한 유머와 재치로 보는 이들을 흠뻑 사로잡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감이 넘치는 당당한 동포 3세의 모습을 과시하며 동포들에게 커다란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 동포 청년들의 당당한 활력

2005년 3월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한 후 정대세와 같은 멋진 동포 청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의사 변호사 기자 등과 같은 전문직에서부터 연예인 빠찡꼬점 종업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동포 청년들이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 맞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묘한 감동을 느끼곤 했다.

이들의 최대 화두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찾기, 혹은 지키기였다. 2년 반 전에 처음 만난 귀화 동포 3세 만담가 심종일(沈鍾一ㆍ예명 쇼후쿠테이 긴페이)은 동포 감독 최양일(崔洋一)의 영화 <피와 뼈>를 보고 자신의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자신이 한국인임을 당당하게 밝힌 그는 "무엇이든 감출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귀화를 했건, 일본인 배우자를 맞이했건, 어떤 이념과 사상을 갖고 있건 상관없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현실에서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서는 동포 젊은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생기 넘치는 젊은 피들이 주역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동포사회에 거대한 변혁의 파도가 밀려들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980년대 이후 일본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소위 한국인 '뉴커머'(New comer)의 급증 현상까지 겹쳐 동포 사회의 지형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민단이 지방참정권 획득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동포들의 귀화를 촉진할 수 있는 법률 제정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등 동포 사회의 스펙트럼도 전에 없이 다양해졌다.

비록 사고와 행동 방식은 다르지만 필연적인 변화의 길목에 서게 된 동포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어색한 경계인의 처지에서 박차고 일어나 재일동포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겠다는 희망과 의지 같은 것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동포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너무나 크고 무겁다. 우선 동포들의 뜨거운 변화의 열망을 포용하기 위해, 이념 중심의 민단-조총련 체제를 뛰어 넘는 새로운 구심점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동포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열악한 교육 문제 등 진지하게, 또한 현실적으로 숙고해야 하는 숙제가 많다.

■ 진짜 도움 될 정책 수립해야

우리는 동포들의 홀로서기를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불행한 과거사의 희생자인 재일동포가 조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동포들의 기대 속에서 출범한 이명박 정부도 그동안 형식에 그친 감이 있는 재일동포 정책을 반성하고,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실천해야 한다.

짧지만 길었던 3년간 도쿄특파원으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이곳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고군분투하는 재일동포에게 좀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자"는 것이다.

김철훈 도쿄특파원 chkim@hk.co.kr


김철훈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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