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집안 싸움에 국민생활체육협의회(국체협)가 휘청거리고 있다.
국체협은 2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대의원총회를 열었지만 회장 선출에 실패했다. 총회는 지난 22일 이사회가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한 친 이명박계 홍문표 국회의원을 거부했다. 총 참석인원 142명 가운데 반대는 87명, 찬성은 55명이었다. 친 박근혜계라는 이유로 이사회에서 회장 후보조차 되지 못한 이강두 의원에게 동정표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2006년 엄삼탁 전 회장의 후임 회장으로 뽑혔다. 그러나 문화관광부가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던 이 의원은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1심 판결에서 승소했지만 문화부가 항소한 탓에 법정 싸움을 해왔다. 정권이 교체되자 국체협은 조용해질 걸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사회가 인수위에 참가한 실세 홍 의원의 손을 들어주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총회에 참석한 한 대의원은 “이강두 의원이 실질적인 회장인데 노무현 정권의 반대로 취임하지 못했다”면서 “이강두 의원이 이번에 회장 후보조차 되지 못한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말했다. 원만한 경선이 되도록 당내 조율을 거치겠다던 홍 의원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도 대의원들이 반발한 이유다.
이날 총회는 홍 의원을 추대한 대의원과 이 의원을 지지한 대의원이 서로 거친 말을 주고받은 탓에 난장판이 됐다. 홍 의원과 이 의원도 서로 말 다툼을 벌였다. 정권 교체와 함께 안정을 되찾을 걸로 보였던 국체협은 한나라당 의원 사이의 감투 싸움에 더욱 시끄러워졌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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