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해리 왕자(23)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아프가니스탄 최전선에 배치돼 탈레반 반군과의 전투에 참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국방부는 해리 왕자의 신변 노출로 조기 귀국을 검토하고 있지만 영국 왕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실천에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28일 “해리 왕자가 탈레반과 치열한 교전이 치러지는 아프간 헬만드주에서 전투기 통제관으로 10주째 복무중이다”며 “다른 병사들과 똑 같이 위험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해리 왕자의 복무 기지는 탈레반과 불과 500m 떨어진 최전선으로 하루에도 수시로 박격포와 기관총 공격을 받는다”고 전했다.
해리 왕자는 귀국 후 보도를 전제로 한 인터뷰에서 “4일 동안 샤워를 못했고 일주일 동안 군복을 빨지 못했다”며 “다른 사람들과 똑 같은 생활을 하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폭격 지점 등을 조정하는 전투기 통제관인 해리 왕자는 ‘윈도우 식스 세븐’이란 작전명으로 연합국 조종사들과 교신해왔지만, 아무도 그가 왕자인지 알지 못했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둘째 아들인 그는 왕위 계승 서열 3위. 2006년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내 친구들이 나라를 위해 싸우고 있는데 나만 집에 엉덩이를 쳐 박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라크전 복무를 희망했으나 국방부가 동료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며 만류해왔다.
국방부는 해리왕자가 올해 4월 귀국하면 참전 사실을 밝히기로 하고 영국 언론들과 비보도 협정을 맺었지만 호주, 독일의 언론 및 미국 드러지 리포트가 이를 보도하는 바람에 공개하게 됐다. 국방부는 신변노출에 따른 위험 증가로 조기 귀국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리 왕자도 자신을 ‘총탄을 부르는 자석’(bullet magnet)이라며 동료들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해리 왕자의 참전으로 오랜 군 복무 전통을 가진 영국 왕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있다. 해리 왕자는 학창시절 파티에 나치 제복을 입고 나타나는 등 각종 기행으로 문제아로 찍히기도 했지만, 군 복무를 거치면서 ‘철 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모든 영국인들이 그의 참전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공주 시절인 2차대전 당시 운전병으로 복무했다. 찰스 왕세자는 영국 해군과 공군에 5년간 복무했고 동생인 앤드류 왕자는 헬기조종사로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했다. 해리 왕자의 형 윌리엄 왕자도 현재 공군에서 복무중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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