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강우까지…’
8월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대기ㆍ환경 오염 문제로 전 세계의 융단폭격을 받고 있는 중국 당국이 ‘인공강우’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올림픽 개막식이나 폐막식은 물론, 올림픽 기간 내 중요 이벤트가 열리는 시점에 비가 올 것을 대비해 날씨를 인위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비를 강제로 내리게 함으로써 공기도 정화시킨다는 이중 포석이다. 과거 중국에서는 가뭄을 해갈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인공강우를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올림픽에까지 이 방법을 동원한 것을 보면 올림픽에 거는 당국의 기대와 압박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물리적으로는 날씨를 통제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 외곽의 한 군사시설에는 인공강우의 응결핵(凝結核)으로 쓰이는 ‘요오드화은’을 하늘로 발사할 수 있는 대공포와 로켓 발사대가 설치돼 있다. 이런 목적의 군사기지에 설치돼 있는 전체 ‘무기’만도 대공포가 6,781문, 로켓발사대는 4,110개에 달한다.
인공강우를 위한 요원도 5만여명이다. 중국은 1995~2003년 로켓이나 대공포를 4,231차례 발사해 이 기간 중 2,100억㎥의 비를 더 내리게 한 경험이 있다. 이번 올림픽 기간에도 중요한 순간에는 비를 오지 않게 하거나,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비를 미리 내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중국 정부의 구상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등 서방의 기상 연구소들은 인공강우의 실현가능성에 극히 회의적인 반응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앤디 디트와일러 미국 기상학자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내가 알기로 자연을 시간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구 소련과 중국뿐”이라고 비꼬았다.
중국 관계자들도 내심으로는 불안한 표정이 역력하다. 인공강우에 대한 정보를 미국의 핵정보에 버금가는 일급정보로 규정,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어 관계자들과 접촉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지만, 최근 AP 통신이 인터뷰한 날씨통제센터의 부소장은 “시뮬레이션 모델과 구름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만 갖고 있을 뿐 이에 대한 어떤 연구도 해본 적이 없다”고 실토했다. 그는 또 “인공강우 계획에는 엄격한 이론적 타당성이 없어서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공강우 계획이 갖는 문제는 또 있다. 가장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는 대기오염을 해소하는 최적의 방법은 비로 정화하는 것인데, 날씨를 통제해 비가 오지 않게 하는 이런 계획은 가뜩이나 오염된 공기를 더욱 최악으로 몰고 갈 수 있다.
화창한 날씨에서 올림픽을 치르자니 공기가 나빠지고, 비를 이용해 공기를 정화하자니 행사에 차질이 생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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