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1시15분 과천종합청사 1동. 현관 앞에 걸려있던 재정경제부 현판이 내려졌다. 1998년 공룡 재정경제원의 해체와 함께 탄생했던 재경부가 10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 자리에는 새로운 경제 부처의 맏형 기획재정부의 현판이 내걸렸다.
이날 정부조직법이 발효되면서 명실상부한 '이명박 정부'가 꾸려졌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건설교통부 정보통신부 등의 경제 부처들이 사라졌고, 대신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등이 들어섰다.
떠나는 참여 정부 장관들의 우울한 이임사와 이명박 정부 새 장관들의 희망찬 취임사가 교차했다. 가고 오는 조직과 사람 속에 어느 부처 하나 어수선하지 않은 곳이 없는 하루였다.
14년 만에 조직이 공중 분해된 정보통신부는 온 종일 우울한 분위기였다. 이제 곧 방송통신위원회로, 지식경제부로, 행정안전부로 뿔뿔이 흩어져야 할 처지. 직원들은 팀별로 송별연 등 회식을 갖고 아쉬움을 달랬다.
유영환 장관의 이임사에서도 뼈 저린 아픔이 묻어났다. "조직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문을 연 그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 "생태계에서 식물의 수분 활동을 돕는 꿀벌이 없으면 인류도 4년 내에 사라진다. 정통부원들도 어디를 가든 꿀벌처럼 임무에 충실하라"고 당부했다.
교육과학기술부로 사실상 흡수되는 과학기술부 김우식 부총리도 이임사에서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과학기술 발전 40년사를 이끌어 온 과기부가 통폐합하게 된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라며 "혁신본부제도와 과학기술부총리 체제가 폐지되는 것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등 비록 간판은 바꿔 달지만 여전히 경제부처의 주축으로 남는 부처 수장들의 이임사는 비교적 밝았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조직의 이름과 기능이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또 앞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지만, 변화는 여러분이 지내온 과거에서 오는 것이며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오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규정에 얽매이기보다 문제 해결을 우선하는 적극적인 공무원이 되라"고 당부했고, 임상규 농림부 장관은 "농림부가 농림수산식품부라는 이름으로 확대 개편돼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임 장관들이 떠난 자리에는 새 장관들이 들어섰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초동 옛 기획예산처 청사를 들러 직원들과 상견례를 한 뒤, 곧 바로 과천 정부청사로 이동해 현판식을 가졌다. 별도의 취임식은 갖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로 취임사를 대신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농어업을 능동적, 공세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지키고 보호하는데 역점을 둔 지금까지의 '방패' 정책을 바탕으로 농어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능동적 '창' 정책을 연계해 농어업의 새로운 밀물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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