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리처드 그린커 지음ㆍ노지양 옮김 애플트리태일즈 발행ㆍ488쪽ㆍ1만6,000원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로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의 부인이 정신과의사인 지은이. 하지만 자신의 보석 같은 첫 딸 이사벨이 자폐증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두 살이 돼서도 ‘엄마’‘아빠’를 말하지 못하는 딸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자폐증 판정이 내려졌을 때 그의 반응은 평범한 부모들과 비슷했다.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책은 저자 같은 의사조차 자폐증에 대해 무지했던 1990년대 초부터 자폐증환자에 대한 치료법이 개선되고 사회적 편견이 많이 개선된 요즘까지 그가 자폐증 자녀와 대화하고 치료하며 이해가 깊어져 가는 과정을 펼치고 있다.
이에 더해 인류학자라는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에 충성하며 인도, 남아공, 한국, 크로아티아, 베네수엘라, 페루 등 각국의 자폐아 부모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며 자폐증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를 써내려간다.
자폐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란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치료법을 찾지 못하는 부모는 얼마나 애를 태워야 하는 것일까. 그는 자폐증이 신경손상과 관계가 있다고 믿고 몸에 산소를 흡입시키는 고압산소법을 사용하는 부모를 만나기도 하고, 자폐증이 수은중독과 관계 있다며 몸에서 중금속을 제거하는 위험한 치료방법을 쓰는 부모의 이야기도 듣는다. 아이에게 마귀가 들어갔다고 믿어 안수기도를 받게 하다가 질식사 시킨 부모에 대한 소식은 그를 아연하게 할 뿐이다.
“이 조그마한 아기가 왜 자기만의 조개 껍데기 안에 웅크려드는 것일까”피울음을 삼켜가며 다른 아이들이 누리는 작은 권리를 자신의 아이가 누리도록 하기위해 세상과 싸우는 부모들의 모습은 혹시라도 자폐아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의 양심을 날카롭게 찌른다.
부인이 한인교포인 만큼 한국에서의 자폐아 문제에 대해서도 저자는 관심을 보인다. 그는 “한국에서는 조기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이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네 살부터 여섯 살까지의 한국 자폐아들은 미국아이들 보다 증상이 심하지 않지만 아이들이 열세 살에서 스무 살이 됐을 때 미국아이들보다 심한 장애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은이의 딸 이사벨은 지금 첼로도 연주하고, 제법 능숙하게 프랑스어를 구사하며 동생의 마음을 헤아릴 줄도 안다.
딸을 바라보며“ 그 사람 안에 있는 그 무엇, 남들처럼 ‘평범’ 하지는 않지만 그 사람 내면의 빛이나 진실은 어떻게 든 꽃을 피우려 발버둥 친다”는 그의 말은 책 제목처럼 자폐아들을 정말로 ‘낯설지 않은 아이들’로 살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자세를 나즈막하지만 강력하게 암시한다. 원제 ‘Unstrange Minds’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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