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을 움직일 수 없어 왼손으로 글씨를 쓰고 책장을 넘기는게 쉽지 않았지만 하고싶은 공부를 해 좋았습니다.”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고 중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50대 여성이 장애를 딛고 늦깎이 대학생이 되어 화제다. 주인공은 3일 도립 충북과학대학 사회복지정보과에 입학해 새내기 생활에 들어가는 3급 지체장애인 조차숙(51ㆍ충북 옥천군 옥천읍)씨.
가난한 집의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조씨는 여고 1학년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집안일을 돌보기 위해 학업을 중단했다. 동생들을 돌보며 직장생활을 하던 조씨는 25살에 결혼해 딸을 낳았으나 딸의 젖도 떼기 전 갑작스럽게 중풍으로 쓰러졌다. 반신불수 신세에 시집에서도 버림을 받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신세를 한탄만 할 수는 없었다. 초롱초롱한 딸의 눈망울을 보면서 삶의 의지를 다잡았고 재활치료에 전념한 끝에 바깥 출입이 가능할 정도가 됐다. 그 과정에서 열차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남편(61ㆍ지체장애 1급)과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점차 생활이 안정되자 그간 마음속에 간직했던 향학열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검정고시를 보려고 교과서를 마련했으나 30년만에 잡아보는 책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결국 2005년 대전여고 부설 방송통신고에 입학했다. 매일 인터넷강의를 듣고 왼손으로 과제물을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원하던 공부를 한다는 생각에 어려운 줄 몰랐다. 한 달에 2번 학교에 가는 날은 운전을 해 데려다 주는 남편의 외조가 큰 힘이 됐다.
평소 사회복지사를 꿈꿨던 그녀는 내친김에 대학에 도전, 충북과학대와 나사렛대 재활심리학과에 합격했다. 두 학교를 놓고 고민하던 그녀는 가족회의 끝에 집에서 다닐 수 있는 충북과학대를 선택했다.
조씨는 대학졸업 후에는 사회복지사가 되어 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해보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그녀는 “아직 사회곳곳에 남아있는 편견과 선입견으로 장애인들이 일한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인과 소년ㆍ소녀가장 등 사회약자들의 사회참여와 재활을 적극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도립 충북과학대학은 올해 신입생 중 최고령인 그녀에게 30만원의‘만학도 장학금’을 줄 예정이다.
옥천=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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