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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장문의 연례서한 '우울한 말의 상찬'/ "美경제,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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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장문의 연례서한 '우울한 말의 상찬'/ "美경제, 잔치는 끝났다"

입력
2008.03.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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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 끝났다(The party is over)."(보험산업 전망)

"썰물이 되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안다."(주택가격 붕괴에 직면한 대형 금융회사를 빗대)

"잠자리에 들 때는 모두 미녀였는데…"(자신의 투자실패를 거론하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 나온 여왕의 직계후손."(주식에서 연 10% 수익은 환상이라며)

"탭 댄스를 추며 일하러 나오는 건 당연."(꿈을 이룬 뒤에도 운 좋게 살아 남았다며)

우울한 말의 상찬이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보험회사'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들에게 장장 20쪽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해마다 연례서한을 발표해 투자 방침 또는 경제에 대한 견해를 밝혀 전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는데,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그의 다른 별명인'오마하의 현인'답게 고백은 진솔하고 해학은 넘친다. 버크셔의 투자전략 및 실적뿐 아니라 세계경제를 바라보는 심미안과 비즈니스 유전자를 지닌 대가(大家)의 삶을 녹여낸 냉철한 투자 조언까지 담겨 있다.

먼저 버핏은 버크셔의 지난해 실적(4분기 순이익 전년동기 18% 감소)을 공개하면서 "올해도 보험업계의 순이익이 4%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이라며 "수년간 낮은 수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잔치의 끝은 비단 보험만이 아니었다. 버핏은"(미국의)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어마어마한 금융시장의 바보짓(folly)이 드러났다"고 월가에 포진한 대형 금융회사의 투기적 행태를'썰물론'으로 질타했다.

달러 가치의 급락은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달러 약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나 중국의 탓이 아니다"라며 "특정국가를 비난하거나 특정산업을 보호해서는 안되고 장기적으로 불균형을 완화할 현실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중동 지역의 국부펀드 부상에 대해서도"해당(국부펀드) 정부의 정치적 동기가 아닌 미국의 무역적자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주식투자에 대한 환상도 경계했다. 그는 "이번 세기동안 주식투자를 통해 연 10% 수익(배당 2%, 상승분 8%)을 얻고자 한다면 현재 1만2,000선인 다우지수가 2100년까지 2,400만까지 올라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라야 한다"며"입심 좋은 조언자가 동화 속 여왕처럼 당신의 머리 속에 두 자릿수 수익률이란 환상을 채우는 동안 조언자의 주머니는 수수료로 채워질 것임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자신의 투자 실패담(신발회사 덱스터 인수)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단언컨대 앞으로도 나는 더 큰 실수를 저지를 것이다. '밤엔 다들 미녀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왜 다들 그리 못생겼는지'라는 노래가사처럼…"

그러나 후계자 문제는"최고경영자(CEO)는 3명, 최고투자책임자(CIO)는 4명의 후보로 압축했다"는 정도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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