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학군장교 임관식에서 "군을 존중하고 아끼는 사회를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군 복무를 영광으로, 군복을 자랑으로 여기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임관식 단상의 군 장성과 귀빈 자리를 확 줄이는 대신 부모들을 단상으로 초청하는 배려를 통해 군과 국민을 흐뭇하게 했다.
이런 약속과 배려는 지난 10년 추락한 군의 사기와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바탕이라고 한다. 실제 사기와 명예가 어떤 상태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국가방위에 헌신하는 장병을 국가와 사회가 힘껏 돌봐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 포용정책 및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과 갈등이 많았기에 더욱 절실한 과제이다. 특히 서해교전 순직장병과 유족을 보살피는 데 소홀했던 것과 같은 잘못은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를 곧장 '안보 불감증'이나 '군 기강해이' 등으로 연결, 강경한 대북 군사태세와 '강한 군대' 육성을 외치는 쪽으로 치닫는 것을 경계한다. 대북 준비태세를 늦추고, '편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건군 60년 내내 그랬듯 안보태세 강화라는 국가의 필요를 강조하다 보면, 사기와 전투력의 근본인 장병 개개인의 이익과 복지는 소홀히 여기기 쉬운 때문이다.
거듭 일깨운 사리와 외국의 교훈을 되뇌기보다, 박흥렬 육군참모총장의 올 신년사를 인용한다. 그는 첨단 강군으로의 개혁 및 전투준비태세 완비와 함께, 장병의 '삶의 질' 향상을 절박한 과제로 꼽았다. 병영시설과 주택, 봉급, 자녀교육 등의 열악한 복무여건이 사회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수십만 장병의 '삶'을 책임 진 그의 탄식은 우리 사회가 비약적인 경제력과 생활수준 향상에도 불구하고 장병의 애국심과 인내에 마냥 의존하려는 위선적 안보의식을 통렬하게 꾸짖고 있다.
사회와 격차 없이 장병을 대우하는 데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군의 사기와 명예, 안보를 논하는 것은 염치없고 쓸모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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