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신화’로 불렸던 박찬욱(사진)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퇴임 이후에도 후배에 대한 애정과 나눔의 선행을 놓지 않고 있다. 사재를 털어 세운 ‘정평(亭坪)장학회’의 수혜자가 설립 6개월 만에 85명(8,500만원)에 달한 것.
박 전 청장은 지난해 9월 고향에서 받은 은덕을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자는 평소 희망대로 고향마을(현 경기 용인시 풍덕천2동)의 이름(정평)을 따 장학회를 만들고, 소년소녀 가장 및 암이나 백혈병 등을 앓고 있는 하위직 국세공무원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총액은 벌써 1억원에 가깝지만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건 100만원, 계속되는 궁핍한 생계나 고액의 치료비에 비하면 결코 많은 돈은 아니다. 그러나 혜택을 받은 이들은 편지나 전화통화를 통해 “돈보다 소중한 심리적인 용기를 얻었다”고 답례했다. 박 전 청장도 “불치병에 걸린 아이로부터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는 편지를 사진과 함께 받았을 때 행복했다”고 전했다. 그가 부담이 만만치 않은 장학사업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전 청장은 9급 공채로 시작해 국세청 최고 요직인 조사국장을 거쳐 서울지방국세청장까지 올랐고, 지난해 4월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면서 39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그 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P&B 세무컨설팅’을 열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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