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 1월 시 장원에 이솔잎(경기 수리고)양의 <바다젤리> 가 뽑혔다. 바다젤리>
이야기글 부문에는 김상훈(전주한일고)군의 <강 건너> , 비평ㆍ감상글에는 박민규(민족사관고)군의 <가화만사성이 아닌 가부만사망> , 생활글에는 최다혜(경북 진량고)양의 <아버지의 새로운 친구> 가 각각 장원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아버지의> 가화만사성이> 강>
■ 바다젤리
-이솔잎 (필명 인스톨)
1. 네가 만들어 보내 준 바다젤리는 꽤 짜다고 느꼈어 어디서 그렇게 수많은 슬픈 과즙을 구해 넣어 식혔는지 모르지만 말야 젤리에 고루 박힌 소라들도 짰어 하나씩 입에 넣고 부서트렸어 차게 굳혀내면서 딱딱해진 건지 너를 닮은 소라가 와작 소리를 내더군 너는 종종 소라들에 대고 나를 불렀지 소라를 씹으며 문득 궁금해졌어 네가 나를 부르던 그 소리들은 어디쯤에서 머물렀던 것일까 안쪽 구석에서부터 차곡차곡 모아졌을 소리들을 내가 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젤리를 세 개를 채 먹지 못하고 내려놓았어 어쩐지 무척이나 슬퍼졌거든
2. 네게 보낸 바다젤리가 잘 갔는지 모르겠어 푸르게 빛나는 젤리를 만든 즙은 사실 소라에서 흘러나온 거야 원래 바다젤리는 투명했거든 매일 너를 불렀던 소라를 모았어 소리로 속이 꽉 찬 소라들을 넣고 만든 젤리는 식혀보니 푸르고 투명했어 젤리를 하나 입에 넣고 맛보았어 그럴 줄 몰랐는데 꽤 짰어 아마도 소리들이 본래 슬펐던 때문이겠지 너를 부르는 내내 나는 목이 메이도록 슬픔을 우겨넣었거든 문득 울컥 넘쳐버린 슬픔이 소리에 섞였던 것은 아닐까 네게 보내고 남은 젤리를 한참동안 입에 넣고 굴렸어 어쩌다가 슬픈 소리들이 나왔던 건지 생각하면서 말이지
▲심사평
인스톨의 <바다젤리> 는 바다젤리라는 상상의 사물을 언어로 잘 형상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바다의 이미지를 소라의 소리를 통해서 잘 살려내는 힘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바다젤리>
또한 인간의 관계와 그 소통에 있어서 소외를 잘 나타내고 있는 인식이 성숙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짧으면서도 인상 깊은 바다젤리 완성공정을 보여주는 도입부가 상상에 현실성을 잘 부여하여 시의 매력을 한층 더해주고 있습니다.
김경주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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