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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선한 政府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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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선한 政府를 보고 싶다

입력
2008.02.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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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서울의 지도를 옛 조상들은 '首善圖(수선도)'라 칭했다. 직역하자면 '으뜸으로 선한 곳' 쯤에 해당하는 셈이다. 무엇의 중심, 리더, 으뜸이 되려면 선함이라는 가치를 동반해야 한다는 조상의 가르침을 엿볼 수 있다.

불행히도 요즘은 오히려 착하면 손해 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착해서 손해를 보았다는 말은 많이 듣지만, 착해서 이익을 보았다는 이야기는 별로 듣지 못했다. "착한 사람이 늘 꼴찌다(Nice guys finish last)"라는 영어 속담도 있다.

■ 서울을 首善이라고 했던 선조들

최근 외국에서는 그런 속설을 비웃듯 '착한 리더십'이 새삼 각광 받는 모양이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최고경영자(CEO) 유형이 무엇인지 연구한 사람들 중에 '선한 CEO가 돈도 잘 번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다.

<선한 것이 힘이다> 라는 책의 공저자인 미국의 린다 캐플란 데일러는 자신이 이끄는 광고기획사 캐플란 데일러 그룹을 착한 리더십으로 최고의 회사가 되게 한 과정을 증언하며 "착한 사람들이 소송도 덜 당하고, 더 오래 살며, 더 많은 돈을 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시건 대학의 킴 카메룬 교수 역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에서 호감을 주는 리더가 긍정적인 에너지 네트워크를 형성해 4배의 작업 효율을 올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선함은 자석처럼 좋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그들 사이에 형성된 에너지가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리더는 스스로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요인을 '매력공세'라고 명명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존심과 독립심이 강해 맘에 들지 않는 사람과는 좀처럼 함께 일하지 않으려 한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진심을 다해야 한다.

여기에 블로그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늘어난 것도 한 몫을 했다.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그 안의 직원을 어떤 식으로 다루는지, 더 이상 비밀이 없는 투명한 세상에서 CEO들은 착한 얼굴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기업의 리더십이 착해지는 양상은 다양하다. CEO 차원에서는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같은 식당에서 식사하며, 막대한 CEO 성과 보너스를 주주들 앞으로 돌리는 것이 이에 속할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월마트가 그랬던 것처럼 우범지역에도 과감히 투자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의사소통에 적극적이다. 주변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선한 의지를 전파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각료 인선에서 난항을 겪었고, 국내외 경제 여건도 험상궂지만, 이럴 때일수록 국민은 CEO 출신 대통령이 경륜과 추진력을 발휘해 주기를 더 기대한다. 특히 새 정부가 내세우는 '섬기는 리더십'은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기분 좋은 화두이다. 문제는 국민을 어떻게 섬기느냐일 것이다.

■ '착한 리더십'으로 선진화 지향을

새 정부가 효율적인 정부가 되고 싶다면 최근 새로운 CEO의 경향을 눈여겨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직원들에게 가슴 따뜻한 말을 건네고, 그들의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며,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매력적인 CEO가 회사도 더욱 풍요롭게 이끈다. 새 대통령도 그랬으면 좋겠다.

더 바란다면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더 많이 환원하고, 혼자 누리는 보너스를 성큼 떼어내 주주들에게 나누어 줄 만큼 상대를 배려하며, 겸손하고, 솔직해야 한다. 그렇게 얻어진 신뢰와 사랑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하여 효율을 높이고 이윤을 가져다 준다.

경쟁, 효율, 실적 등은 사실 새로운 단어가 아니다. 선함, 배려, 나눔이야말로 선진 사회의 키워드이자 우리 사회가 회복해야 할 가치이다. 올해를 선진화 원년으로 선포한 새 정부가 선진사회의 가치를 전파하는 중심에 선 '首善'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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