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공연이 없는 유니버설아트센터에 1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발레 <지젤> 의 영상이 흐르는 가운데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강예나가 튀튀가 아닌 청바지 차림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난 결혼반지를 받았어. 하얀 면사포를 쓰고 결혼할거야.” 영상 속 지젤의 동작들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일일이 풀이됐다. 지젤>
지젤의 친구들이 춤추는 장면에서는 “지금 지젤은 연인의 배신으로 미쳐버리는 다음 장면을 위해 무대 뒤에서 열심히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이 자리는 다음달 공연되는 <지젤> 공연을 앞두고 유니버설발레단이 마련한 무료 영상 감상회. 공연이 한 달이나 남았음에도 신청이 폭주해 반 나절 만에 마감됐을 만큼 호응이 좋았다. 지젤>
참가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메모를 하고, 질문도 하며 예습에 열을 올렸다. 감상회를 위해 대전에서 왔다는 박지혜(19)씨는 “발레는 선뜻 다가가기 힘든 느낌이 들었는데 무용수들의 손짓 하나에도 대사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고, 10살짜리 딸과 함께 온 송지은(39)씨는 “감상회를 통해 내용을 이해하고 나니 공연이 더욱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최근 클래식이나 발레 공연 전에 미리 그 공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예습 감상회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향은 지난해부터 정기연주회에 앞서 ‘콘서트 미리보기’를 실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5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는 29일 연주회 프로그램인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 을 주제로 음악 칼럼니스트 진회숙씨와 피아니스트 폴 김이 강의했다. 메시앙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버밍엄 심포니의 연주 동영상도 감상했다. 투랑갈릴라>
이런 현상은 보다 적극적으로 공연을 즐기고자 하는 관객들의 요구와 관객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 공연 주최사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향 백수현씨는 “요즘 관객들은 단순히 공연을 당일 보고 즐기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미리 배경 지식을 갖고 와서 더 깊이 있게 감상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콘서트 미리보기’를 진행하면서 공연 분위기도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성 토마스 합창단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27, 28일 내한공연을 앞두고도 이들이 연주한 바흐 와 <마태수난곡> 감상회가 열렸다. 기획사인 빈체로 측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종교음악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마태수난곡>
유니버설발레단의 임소영 팀장은 “직접적인 대사가 없는 발레나 클래식은 사전 지식에 따라 이해도가 크게 달라진다. 관객 입장에서는 더 재미있게 공연을 볼 수 있고, 발레단으로서도 고정 팬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감상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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