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럽고 충격적이다. 삼성 특검의 칼날이 예상보다 깊이, 그리고 빠르게 폐부를 찔러오고 있다.”(삼성그룹 L전무)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이 28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CCO)를 전격 소환하자, 그룹 내부에선 “시기상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향후 경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특히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 부회장이 소환 조사를 받은 지 보름도 안돼 이 전무마저 사전 통보 없이 소환된 데 대해 몹시 허탈해 하는 모습이다. 이 전무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오지 않기를 바랐던 일이 마침내 현실로 닥쳤다”며 “예상은 했지만 ‘패밀리’를 이렇게 빨리 소환할 줄은 몰랐다”고 당혹해 했다. 삼성 특검은 이 전무를 상대로 삼성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인수한 경위 등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경영권 승계 시도가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 전무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당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점은 이미 소송 과정에서 드러났다”며 “이번 소환을 통해 이 전무가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전무 소환을 계기로 ‘진짜 고비는 지금부터’ 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특검이 이 전무를 소환 조사한 이상, 그 칼날의 종착점은 결국 그룹 총수인 이 회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의 정상적인 경영시스템은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그룹의 주요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고, 올해의 경영 방침을 가늠케 하는 신년사는 물론 사업 방향을 설정하는 경영계획 수립도 연기된 상태다.
그룹과 주요 계열사의 조타수 역할을 할 사장단과 임원 인사가 지연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룹 관계자는 “지금 같은 위기상황 속에서‘소니 쇼크’마저 몰아 닥치다 보니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며 “산적한 그룹 현안들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특검 수사가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구상 중이던 대규모 투자계획 공개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싶어도 현 시국에서 선뜻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탓이다.
삼성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시설투자와 연구ㆍ개발(R&D) 등에 쏟아 부은 금액은 20조원 대를 웃돈다. 특검 수사가 종결돼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의 전말이 밝혀질 때까지 삼성호의 불안한 행로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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