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에서 현역의원과 정치신예 간 공천 격돌이 불을 뿜고 있다. '저승사자'로 불리는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칼날을 견뎌낼 수 있는 기성 정치인이 누구일지 주목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경쟁 구도가 연출된 곳은 충남 논산ㆍ금산ㆍ계룡.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이인제 의원이 5선 고지를 넘보는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전 참평포럼 집행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의원은 세 차례나 대권 도전에 나섰던 거물이지만 정치적 역할이 이제 소멸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고 안 전 위원장은 민주화 정권을 10년 만에 마감시킨 참여정부의 상징적 실세란 약점을 지니고 있다.
충청 출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이란 사실은 둘 모두의 강점이다. 두 사람의 싸움에 최초의 여성장군인 양승숙 전 국군간호사관학교장까지 가세해 흥미를 배가시킨다.
서울 서대문갑은 우상호 대변인의 아성에 김상현 전 의원의 아들인 김영호 구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도전하고 있어 관심이다. 우 의원은 손학규 대표가 야권지도자로 착근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지도부의 평가에서 한 발 앞서 있다.
그러나 우 의원이 중앙정치에 매달리는 사이 김 위원장은 현장을 샅샅이 다졌고 박상천 대표 측의 지원 사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우 의원으로서는 낙관할 수만은 없다. 이런 가운데 당 차원에서는 호남 인구가 많지만 공천신청자가 전무한 서대문을에 '정두언 저격수'로 김 위원장을 내보내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익산을에선 3선에 도전하는 조배숙 의원을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추격하고 있다. 윤 전 수석이 참여정부의 언론 정책 주도자라는 이미지와 원광대 로스쿨 유치 발언 파문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다. 구 민주당 세력이 김진관 전 제주지검 검사장의 전략공천을 요구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전주 완산을에는 친노(親盧) 그룹으로 분류된 이광철 의원에 대한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의 도전이 매섭다. 광주 남구의 지병문 의원과 정기남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의 대결, 용인갑의 우제창 의원과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상일씨의 싸움도 볼 만하다.
정씨와 김씨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핵심측근이란 점에서 두 지역은 정동영계의 선전 여부를 가늠할 척도가 될 전망이다. 노현송 의원이 사수 중인 서울 강서을에서는 이규의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이 '새 길을 찾는 모임'이란 신진정치인 조직을 이끌며 분투하고 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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