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재용 전무 소환점심식사 도시락으로… 밤늦게까지 조사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이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전격 소환 조사하며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수사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 전무의 소환은 특검팀이 출발한 지 50일, 1차 수사기한 종료를 10일 앞둔 시점에 이뤄진 것이다. 최대 105일 수사 기간의 전반기가 끝나 가는 때에 삼성 오너 일가 소환조사에 착수한 만큼,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전체적인 삼성 비자금 등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될 지 주목된다.
삼성 특검팀이 이 전무를 소환한 것은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핵심 수혜자인 그의 직접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1996년 당시 기존 주주들이 실권하거나 제3자 배정방식 등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서울통신기술 CB 등을 저가에 사들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며 삼성의 경영권을 확보,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 전무는 2000년 자신이 인터넷 기업 14개를 묶어 운영하다 부실화 하자 삼성 계열사들이 손실을 보면서까지 각 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e삼성 사건으로도 고발된 상태다.
그러나 특검팀이 이날 조사에서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규명할 단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전무는 CB 헐값 발행 등 사건의 수혜자일 뿐, 사건을 주도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거나 “잘 모른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에서 특검팀은 그룹 차원의 공모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삼성 전략기획실 핵심 임원을 소환할 단서를 찾아내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어떤 면에서 이 전무의 소환은 의혹의 핵심에 있는 삼성 일가의 첫 소환이라는 데 더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무는 검찰에서도 조사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특검팀이 이번 조사로 수사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삼성 측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14일 이학수 부회장을 전격 소환해 주목을 끌었지만 뒤늦게 조준웅 특검이 내부 조율 없이 이 부회장을 불러 4시간 독대를 하며 수사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뒷말을 낳았다. 이로 인해 이 사건을 공론화 시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27일 “수사 의지가 없는 특검팀은 1차 수사기간이 끝난 뒤 사건을 검찰에 넘기라”고 특검팀을 맹비난했다.
이 전무는 이날 오전 9시 10분께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특검 사무실 2층에 도착, 약 1분간 포토라인에 섰다. 남색 줄무늬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 회색 넥타이 차림의 이 전무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조사실로 향할 때는 동승한 기자들에게 “저 때문에 고생이 많습니다. 성실하게 하겠습니다”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특검팀에서는 윤정석 특검보가 직접 이 전무를 조사했으며, 점심도 도시락으로 해결 하는 등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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