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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믹스 출발부터 사면초가

입력
2008.02.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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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첫 걸음을 뗀 ‘MB노믹스’가 가혹한 시험대에 올랐다.

저성장, 고물가에 이어 경상수지까지 1997년 환란 수준의 대규모 적자를 보이고 있다. 대외 악재에 한국 경제가 성장, 물가, 경상수지 등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는 중대 위기 국면에 처한 것이다. 높고 험한 첫 고비를 넘지 못한다면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 캐치프레이즈도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말 수 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2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가 예상되기는 했지만 그 폭이 충격적이다. 환란 발발 직전인 97년 1월(31억3,000만달러 적자) 이후 11년 만에 최대 적자폭이다. 불과 한 달 만에 한은이 예상하는 올해 연간 적자 규모(30억달러)에 육박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1월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된 것은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5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오던 상품수지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폭증(31.1%)하면서 적자(10억1,000만달러)로 돌아섰다. 수출은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15.4%)를 보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국제유가 고공 행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의 만성 적자 기조가 갈수록 깊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경상수지의 추세적인 적자가 불가피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경상수지 적자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추세라면 연구기관들의 전망치 수정은 불가피하다. 한은 양재룡 국제수지팀장은 “연간 30억달러로 전망한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더 확대될 수도 있다”고 했고,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도 “2월 중에 올해 적자 전망치(43억달러)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물가는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 물가 목표 상한선(3.5%)를 뚫고 3.9%까지 치솟았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가고, 곡물과 원자재 가격 폭등세가 지속되고 있어 4%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미국 경제는 둔화를 넘어 침체의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영향권에서 비켜 있지 않다. 새 정부가 여전히 높은 성장률 목표에 집착하고 있지만, 국내외 연구기관 대다수는 올해 4%대 성장을 벗어나기 힘들 거라고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상품수지 적자는 외생 변수에 의한 것이고, 서비스수지 적자는 관광산업 육성 등 장기적으로만 해소가 가능하다”며 “또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의 틈바구니에서 경기 부양과 긴축 양자의 선택도 쉽지 않은 사면초가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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