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평양에서 울려퍼졌던 <아리랑> 의 선율이 서울을 감싸 안았다. 26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세계적 관심 속에 북한 공연을 가졌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에서 고른 마지막 앙코르곡은 한민족 민요 <아리랑> 이었다. 북한 공연에서 마지막으로 연주해 감동을 줬던 북한 작곡가 최성환 편곡 버전 그대로였다. 아리랑> 아리랑>
뉴욕 필은 시작부터 북한 공연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본 공연에 앞서 애국가와 미국 국가를 연주한 것. 외국 교향악단이 음악회에서 애국가를 연주한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뉴욕 필은 음악감독 로린 마젤의 지휘로 양국 국가에 이어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2번(협연 손열음),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을 차례로 연주했다. 운명> 에그몬트>
마젤은 <운명> 4악장 연주에 들어가기 전 템포를 늦춰 클라이맥스를 유도하는 등 극적인 해석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2,300여명의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뉴욕 필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과 북한에서도 앙코르곡으로 연주했던 비제 <아를르의 여인> 중 ‘파랑돌’로 뜨거운 환호에 보답했다. 아를르의> 운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콜로가 국악기를 대신한 <아리랑> 이 흘러나오자 객석에서는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음악 칼럼니스트 최은규씨는 <운명> 연주에 대해 “더블베이스를 9명이나 배치할 만큼 현을 많이 써서 풍부하고 압도적인 사운드를 들려줬으며, 호른을 강조해 영웅적인 느낌을 더했다”고 평했다. 운명> 아리랑>
하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이날 공연은 직장인 등 일반 관객이 관람하기 어려운 시간인 오후 1시 30분에 시작됐다. 북한 공연 확정 이후에야 서울 공연이 결정됐기 때문에 대관이 여의치 않았던 것. 북한 일정 이후인 27, 28일 저녁은 이미 대관이 끝난 상황이어서 낮 시간에 공연이 잡혔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낮 시간에 외부 단체 대관을 허가한 것도 처음이었다.
평일 낮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합창석까지 가득 들어찼다. 북한 공연과 이어져있다는 의미에다 뉴욕 필의 이름값이 더해져 협찬 기업이 줄을 이었기 때문.
1, 2층 중앙 블록을 비롯한 객석의 절반이 주최사와 협찬사의 초대권으로 채워졌다. 양복을 입은 중, 장년층 관객이 대부분이었고, 유인촌 문화부 장관 내정자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연극배우 박정자 등 각계 인사들도 VIP석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초대 관객이 많아서인지 유독 휴대전화가 자주 울리고, 객석에서 플래시가 터지는 등 공연 관람 매너도 좋지 않았다. 뉴욕 필이 선보인 프로그램 역시 흔히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서울 공연을 마지막으로 20여 일의 아시아 투어를 마친 뉴욕 필은 이날 오후 9시 아시아나항공으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 자린 메타 뉴욕 필 사장 “정치적 의미 더해져 특별한 공연”
세계적 관심 속에 북한 공연을 마친 뉴욕 필의 자린 메타 사장은 "미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뉴욕 필의 연주가 북한 전역에 방송됐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고 평양 공연의 성과를 평가했다. 또 "이제 나머지 부분은 정치인이나 양국 정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메타 사장은 28일 예술의전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평양에 이어 서울에서 공연을 하는 소감을 밝혔다. "서울에서 벌써 7, 8회나 공연을 했지만 이번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음악에 정치적 의미가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지휘자 주빈 메타의 동생이기도 한 메타 사장은 "북한 공연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서울에서와 달리 미국적 특성을 나타내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신세계(new world)'의 음악들을 연주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에 대한 느낌이 어땠냐는 질문에는 "생각보다 도시가 크고 깨끗했지만 가난한 나라였고, 개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서울 공연 프로그램인 베토벤 교향곡 5번 <영웅> 에 대해서는 "가장 위대한 작품이기에 골랐으며, 협주곡 등 다른 레퍼토리와의 연관성도 고려했다"고 소개했다. 영웅>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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