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27일 1억원 대의 국내 최고급 세단 ‘체어맨W’를 선보였다. 당초 일정보다 2주일 이상 앞당겨 조기 출시한 것으로,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급 세단 ‘제네시스’의 폭발적인 인기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고급차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현대차 제네시스를 필두로 르노삼성의 ‘SM7 뉴아트’, 쌍용차 체어맨W 등 대형 고급차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ㆍ소형차 시장의 경쟁 불똥이 고급 대형차 시장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차 시장이 점점 커짐에 따라 고급 세단에 주력하는 프리미엄 마케팅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국내 완성차 업계의 2,000㏄ 이상 대형차 판매대수는 2002년 9만8,308대에서 2007년 14만8,495대로 151%나 늘어났다. 수입차 업계의 신장세는 더욱 눈부시다.
동급 배기량 기준 2002년 1만6,119대에서 2007년 5만3,390대로 331%나 급증했다. 이처럼 대형차 시장이 커진 것은 국내 완성차 업계가 수입 고급 세단에 대응하기 위해 프리미엄급 명차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수입 대형차에 버금가는 성능의 고급 세단들을 선보이면서 국내차와 수입차 간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 4일 출시된 현대차 제네시스는 “없어서 못 판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숨에 대형차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3만대로 잡았지만, 이미 1만대 계약을 넘어섰다. 지난달 선보인 SM7 뉴아트 역시 지금까지 4,000여 대가 팔리며 선전하고 있다.
쌍용차 체어맨W는 정식 시판도 전에 2,000대 이상의 사전 예약이 들어왔다. 쌍용차는 올해 내수 1만2,000대, 수출 1만대를 목표로 잡았으며, 이르면 6월부터 동유럽, 러시아, 중국 등에 수출을 시작한다. 이밖에 GM대우가 올 하반기 프리미엄 세단 ‘L4X’를, 현대차가 에쿠스 후속인 ‘VH(프로젝트명)’를 각각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대형차 시장의 강자인 수입차 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BMW코리아는 당초 내년 출시 예정이던 7시리즈 뉴 모델을 빠르면 올 하반기 중 국내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국내 대형차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과거 모델로는 우위를 점하기 힘들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옵션을 바꿀 수 있는 S클래스 주문제작 모델을, 아우디 코리아는 ‘A8’ 신 모델을 각각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국산차와 수입차 간 영역이 무너진 데 이어 대형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형차는 마진율이 높아 업체들의 마케팅 경쟁이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굴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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