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다단계업체 제이유(JU)그룹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서울동부지검의 한 검사가 참고인에게 허위자백을 강요했다가 들통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곤경에 처했던 검찰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고, 2월28일 일종의 수사관행 개혁 방안인 ‘검찰수사의 뉴 패러다임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이 방안의 실행 정도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뉴 패러다임’의 핵심은 특별수사의 광역화ㆍ집중화였다. 여기에는 노하우나 인프라가 필요한 대형 비리 사건 수사를 위해서는 대규모 전담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이 깔려 있었다.
그 해답이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부패범죄 특별수사본부다. 3차장검사를 본부장으로 한 특수본부는 서울, 수도권, 강원권의 대형 비리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출범했다. 기존 인력 외에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부부장급 검사 5명이 특수본부 팀장이라는 직함의 ‘프리랜서’로 중앙지검에 배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특수본부가 유명무실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팀장 5명은 직함 신설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3개 특수부와 2개 금융조세조사부에 1명씩 배치돼 기존의 부부장 검사와 다를 바 없는 업무를 맡았다.
사건의 ‘불균등 배당’으로 특수본부 인력들조차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3차장검사 산하 9개 부서 중 유독 1개 부서에는 사건들이 밀리고 밀려 일부 부실 처리 의혹이 제기될 정도였다. 반면 나머지 부서들은 1년 동안 비교적 ‘한가한’ 사건들만 처리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병역비리 사건과 변양균ㆍ신정아 의혹 사건을 각각 서울동부지검과 서부지검이 맡았다는 점도 특수본부 구성 취지에 어긋나는 대목이다. 중요사건 기소 등 과정에 외부인사를 참여 시킨다는 취지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설치 문제는 거의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권 문제의 경우 큰 ‘사고’는 없었지만 구속 전 상태인 피의자의 죄수복 착용 등 구태가 일소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짧은 시간에 변화의 기틀은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다. 특수본부 구성 취지와 꼭 부합하지는 않지만 BBK 의혹 사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폭행 사건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는 점은 호평을 받았다. 부장검사를 특별사건 주임검사로 지정하는 등의 팀제 수사 방식도 어느 정도 정착했고 외부인사를 대검 감찰부장에 선임한다는 ‘공약’도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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