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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애그플레이션과 식량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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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애그플레이션과 식량안보

입력
2008.02.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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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 값의 급격한 상승이 국제유가 급등과 맞물려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촉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대체연료 개발과 인도 중국 등 개도국 곡물수요 증가까지 겹쳐 식료품 가격인상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우리의 농업이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기후 온난화와 바이오연료 개발로 식량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세계적인 식량위기 가능성을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곡물 수출국들이 외화 획득보다는 자국 소비량 확보와 식품가격 안정에 주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계 제2의 쌀 수출국 베트남은 지난해 7월 신규 수출을 중단했고, 세계 3위의 쌀 수출국 인도 역시 쌀과 밀의 수출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3위의 밀 수출국이자 세계 5위의 보리 수출국인 러시아는 이들 품목에 각각 10%와 30%의 수출관세를 부과했으며, 우크라이나도 수출 물량을 대폭 줄이는 수출할당제를 도입했다. 아르헨티나도 이에 질세라 밀 옥수수 콩 등에 부과하는 수출관세를 대폭 인상했다. 중국 또한 지난해 말 84개 곡물에 수출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OECD국가들의 농업정책도 변화하고 있다. 가격ㆍ생산량 지지정책에서 생산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직접 지불제를 확대하고, 농업 경쟁력 향상과 식품안전성 확보, 환경보전, 농촌 생활환경 개선 등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책의 중심이 농업에서 농촌으로, 농업인에서 전체 국민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특히 환경 및 경관보전 등 농업ㆍ농촌이 가지는 다원적 기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를 활성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강조되고 있고,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농촌개발 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중국도 농업ㆍ농촌 발전과 사회 발전의 안정적 유지가 절실함을 느끼고 1982년부터 5년 연속, 그리고 2004년부터 5년 연속 삼농(三農ㆍ농업 농촌 농민) 문제를 1호 문건의 주제로 삼고 있다. 즉 중국이 개혁 개방 30년 동안 열 번째 삼농문제를 주제로 선정한 것은 삼농문제가 그 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 식량 강국들의 자국 이익을 위한 식량안보정책 때문에 세계 곡물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 세계 곡물가격 급등과 원유가 상승이 맞물려 식료품 등 원자재 값이 요동을 치고, 이는 애그플레이션 유발과 각국의 식량 무기화를 진전시키는 악순환을 예고한다. 이런 현실은 식량자급률이 28%대에 불과한 우리에게 식량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학습시켜 주고 있다.

이와 같이 농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자국의 농업보호 강화정책으로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의 지금 모습은 어떤가? 먹거리 산업이며 환경보전 산업인 농업ㆍ농촌을 경시하고 농업은 사양산업으로 폄하하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

옛날부터 농업은 1차 산업으로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했다. 2차, 3차 산업의 출현과 발전의 초석은 농업인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초가 단단해야 건물이 안전하다. 식량산업인 농업을 적극 보호ㆍ육성해 식량안보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살기 좋은 공간으로서의 농촌이 국민의 식탁과 어우러지며 농업인과 소비자, 농촌 주민과 도시민의 상생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종헌 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교수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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