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통령실이 '입 없고 얼굴 없는 비서실'이 될 것 같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소리 없는 비서실' 방침을 비서진에게 밝히고 자신이 직접 이를 실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류 실장이 관례에 따라 언론사를 돌며 하는 취임 인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류 실장은 "비서는 얼굴도 없고 입도 없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언급을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류 실장은 대통령실장 취임식도 생략하기로 했다. "폼잡고 형식에 치우치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대통령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주호영 의원은 "참모는 참모일 뿐이니 그림자로서 충실히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류 실장의 지론"이라며 "구조적으로도 참모가 설치면 내각이 설 땅이 없지 않느냐"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류 실장은 참여정부 때 활성화했던 청와대 홈페이지의 비서진 블로그를 없애버렸다.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비서들은 입이 없어야 한다는 업무 방침에 따라 블로그를 폐지했다"면서 "비서들이 나서서 무엇을 쓴다는 것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다"고 강조혔다.
그는 또 "설사 비서들의 블로그가 있더라도 지금의 청와대에선 일을 하느라 글을 쓰고 블로그를 운영할 시간도, 여력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류 실장은 참여정부 때 비서관들이 너무 얼굴을 많이 드러내고 말을 많이 하는 바람에 오히려 국정에 혼란을 초래하고 역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대다수의 비서들이 이런 방침에 고개를 끄떡이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정보 유출에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와 관계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또 류 실장의 평소 업무스타일과 연관이 있다는 측근도 있다.
국제전략연구원에서 류 실장과 오랜 기간 일했던 김영우 전 당선인비서실 정책팀장은 "류 실장은 대선 당시 밤을 세워 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써서 새벽 5시에 메일로 보내곤 했는데 오ㆍ탈자 하나 없을 정도로 정열적이면서도 완벽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며 "실속 없이 말이 앞서는 것을 극히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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