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8일 국정원장에 김성호 전 법무장관을 임명함으로써 새 정부의 핵심 사정라인이 모두 영남 출신으로 채워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경북 안동 출신의 김경한 전 법무차관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했고, 경남 고성 출신의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여기에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검찰총장(경남 남해), 어청수 경찰총장(경남 진양)도 영남 출신이다. 이밖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김강욱 민정2비서관도 고향이 경북 안동이다.
이런 인사가 이뤄진 것은 전례가 드물다. PK정권으로 불렸던 문민 정부나 호남을 기반으로 했던 국민의 정부에서도 없던 일이다. 통합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사정라인은 영남 향우회냐”(유종필 대변인)고 비판했다.
권력 주변의 비리를 감시하고 차단해야 할 사정기관의 장을 같은 지역 출신이 맡을 경우 본연의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고향 친구, 선후배로 밀접한 관계를 맺다 보면 그들 사이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깨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같은 고향에 나이와 직업까지 엇비슷한 인물들이 권력기관장이 되면 특정 인물이나 사안에 대해서는 표적 사정을 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엔 눈을 감아 줄 수도 있다”며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 등과 관련한 정보에서 차단되기 쉽고, 나중에 대형 게이트로 곪아 터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지역편중, 코드인사 문제를 집중 제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지역안배도 고려했지만, 이번(국정원장) 경우는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분을 인선한다는 원칙이 우선이었다”며 “권력기관장이 한 지역에 편중됐다지만, 감사원장과 국세청장은 각각 호남과 충청 출신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세청장과 감사원장은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제가 답변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피해갔다. 청와대는 또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이전 정부가 임명한 인사라는 점도 부각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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