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취임 후 첫 외부 공식행사로 학군사관학교(ROTC) 제46기 임관식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청와대 행사도 새로운 실용적 형태로 변화를 추구하는 행사가 돼야 한다"고 했는데, 이 대통령의 '실용 행보'가 격식과 서열을 중시하는 군(軍) 행사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예전에는 군장성 국회의원 ROTC중앙회임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으로 채워졌던 단상에 학부모ㆍ가족석을 따로 만들고 내ㆍ외빈 자리를 단상 아래 배치토록 했다.
화분, 애드벌룬, 고무풍선, 현수막 같은 것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행사장을 떠나면서도 학부모들과 일일이 악수하느라 차에 오르는데 15분이 걸렸다. 과거 경호상의 이유로 대통령 가까이 접근하는 게 차단됐던 것에 비하면 파격 행보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청와대 보고서를 쓸 때도 대통령을 지칭할 때 '님'자를 붙이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예컨대 '대통령님께서'라고 써왔던 것을 '대통령께서'로 바꾸라는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에 원탁 테이블을 놓고, 수석들의 좌석 배치에 서열을 없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생도들을 치하하면서도 "창조적 실용주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며 "학업에 충실하면서 군사훈련을 받고 조국 사랑을 실천하면서 개인의 리더십을 키워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실용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군을 감사하고 존중하며 아끼는 사회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며 "노블레스 오블리쥬, 선진일류 국가의 바탕은 여기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의 요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서해 북방한계선을 지키려다 숨져간 꽃다운 젊은이들을 분명 기억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장병들이 헬기사고로 순직했는데, 나는 그 유족들의 울음소리를 지금도 듣고 있다"면서 "앞으로 정부는 조국과 국민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뜻을 높게 기리고 명예롭게 하는 일을 꼭 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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