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끝은 어디인가. ‘지구촌 기축통화’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9년 전 거의 대등하게 출발했던 달러화와 유로화의 가치는 이제 50%의 차이가 날 정도로 벌어졌다. 유로화 가치는 갈수록 강해지고, 달러화 가치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침체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달러화 추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미 달러화 환율은 한때 유로 당 1.5047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5달러를 넘은 것은 1999년 1월 유로 당 1.17달러에 출발한 뒤 9년여 만에 처음이다. 달러화 사상 기록적인 굴욕인 셈이다.
달러ㆍ유로 환율의 급등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유럽권 경제(유로화 강세)와 미국경제의 약화(달러화 약세)가 복합된 결과이지만, 미국 탓이 더 크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경기지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어두운 반면, 유로존의 경기지표는 독일의 2월 기업신뢰지수(Ifo)가 예상 밖으로 상승하는 등 여전히 견실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유로존과 미국의 금리차이가 다시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유로 매수세를 부추기고 있다.
인플레보다 신용위기와 경제성장 둔화가 더 큰 위협이라는 도널드 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의 발언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면서 달러 가치의 낙폭을 더욱 키웠다. 달러는 올 들어 16개 주요 통화 중 10개 이상에 대해 약세를 보일 정도로 휘청거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107.24엔에 거래돼 전날 오후(108.07엔)보다 0.83엔 낮아졌다. 달러화에 대한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9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 당 1.7헤알 아래로 떨어졌다.
일명 ‘루니’로 불리는 캐나다달러화 가치도 최근 이틀간 달러에 비해 3%나 올랐고, 뉴질랜드달러는 미 달러 당 81.85센트까지 가치가 오르면서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3개월 안에 달러 가치가 유로 당 1.5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1월 중순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잠시 주춤했던 달러 약세가 최근 가려졌던 악재가 다시 불거지면서 가속화하고 있다”며 “단기 전망은 어렵지만 올해 내내 달러 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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