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5일자 판사 출신 여걸 3인방이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빼어난 외모에 친화력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빼어난 외모와 친화력은 나경원 대변인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의 일부이며, 그의 정치력과 행위 주체성은 빼어난 외모와 친화력 앞에서 별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성 정치인을 소개하는데 종종 등장하는 이러한 수식어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여성 정치인을 외모의 빼어남이나 친화력과 같은 판단기준을 가지고 바라보게 만든다.
언론은 여성 정치인을 정치인이기 보다는 정치세계의 예외적 존재자로 등장하는 여성이라는 성적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기가 일쑤다.
여성 정치인은 항상 언론의 왜곡 앞에 노출되어 있다. 남성정치인과 비교할 때 이러한 특성은 두드러진다. 남성 정치인들이 정책이나 이슈와 연관되어 보도되는데 반해 여성 정치인들은 보다 빈번히 외양이나 가족관계 등을 중심으로 보도되는 경향이 있으며, 한 가정 내의 어머니로서의 역할이 강조된다.
나아가 여성 정치인들은 여성적 이슈로 분리되는 것들 즉 빈곤, 교육, 보건 등의 이슈를 다루는데 능숙하게 묘사되며 남성적 이슈-국방, 경제, 범죄 등을 다루는 데는 능력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묘사된다.
TV토론 등에서도 여성 정치인들은 전통적인 남성성에 입각한 연설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하는 경우 여지없이 비난의 대상이 되며, 동시에 남성처럼 전투적으로 응하는 경우 또한 그 장면이 강조되고 부정적으로 다뤄진다.
미디어는 여성 정치인을 보도하는데 있어서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스란히 재생산하고 있다. 미디어가 좋아하는 여성 정치인은 지도력과 같은 정치적 능력보다는 여성으로서의 매력적인 외양과 전통적 성 역할에 적합한 여성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겠다.
즉 바람직한 여성 역할로 지칭되는 친화력, 표현적 행동, 상냥함, 조용함, 타인에 대한 배려를 지닌 여성을 의미하게 된다. 이는 남성적 특성 즉 행위주체성이나 논리성, 현실감 등을 요구하는 정치세계에서 여성 정치인을 신기하고 독특한 예외적 존재정도로 치부하게 만든다.
따라서 여성 정치인의 성공이 예외적 존재자로서의 가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성 정치인은 더 이상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며, 그들의 정치력이 남성 정치인을 보조하기 위한 것은 더욱 아니다.
우리나라 현실은 여성 정치인이 성장하기에는 아직 척박한 토양이다. 특히, 이번 장관 내각 인선을 지켜보며 경륜과 학식, 덕망을 갖춘 예비 여성 정치인이 얼마나 부족한지 절감하게 된다.
이는 일부 우리 언론에게도 책임이 있다. 여성 정치인을 외모와 여성성에 근거해서 판단하는 행태가 여성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는 건전한 토양을 만드는데 부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인하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박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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