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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 장수' 金국방, 육사생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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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 장수' 金국방, 육사생도에…

입력
2008.02.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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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의 쇼호스트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사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설명을 잘 할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쇼호스트 같은 교관이 돼 주세요. 부하가 반해서 듣고, 기억에 남아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교육을 해주세요.”

곧 퇴임하는 김장수 국방부장관이 27일 서울 공릉동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꼿꼿 장수’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국민적 인기를 누렸던 그는 재임 마지막 방문 부대로 육군 7군단과 육사를 골랐다. 7군단은 최강의 화력을 갖춘 기계화 군단이고, 육사는 김 장관이 40년 전 졸업한 모교이자 준장 시절 생도대장을 지낸 곳이다. 김 장관은 군과의 인연을 정리하는 행사로 후배들과의 ‘마지막 오찬’을 선택한 것이다.

840여 육사 생도 전원과 함께 생도 식당 ‘화랑관’에서 점심을 든 그는 후배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육사 시절 이야기와 몇 마디 격려의 말을 남겼다. 3사 체육대회가 있던 해 축구 대표선수로 뛰느라 하계군사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탓에 박격포 조포(화포 조정) 방법을 모른 채 소대장이 돼 고생한 이야기, 연대 작전장교가 됐을 때 업무를 익히기 위해 ‘소총중대교범’을 달달 외우고 6사단장 시절 지휘지침으로 삼은 손자병법 13편 3,619자를 전부 암기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김 장관은 이어 생도들에게 “자유의사로 군인의 길을 택했으니 프로가 돼라”며 “노력과 고집, 프로의식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훌륭한 교관의 전범으로 그는 “쇼호스트처럼 상대가 감동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쇼호스론’도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꼿꼿이 선 채 악수하는 강직함이 화제가 된 김 장관이지만 사실 그의 스타일은 군인치고는 인자하고 자상한 편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덕장(德將)이다. 오랫동안 군 생활을 같이 한 후배들은 물론 국방부를 거쳐간 다른 부처 공무원들 중에서도 “너그러운 인품이 존경스럽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김 장관은 “과거 기업은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드는 게 덕목이었지만 지금은 새 물건을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군사전략에서도 내가 주도하는 자극에 상대가 따라오도록 하는 상황 장악이 진정한 기동전”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김 장관은 도열한 생도들의 열띤 박수를 받으며 떠나기 직전 생도들에게 끊임 없는 노력을 당부하며 한마디를 남겼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장관 시절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날들이다.”

홍인기 기자 hongik@hk.co.kr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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