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예비 FA라도 하늘과 땅… 노장은 고과 떠나 무차별 삭감
같은 예비 자유계약선수(FA)인데 조건은 하늘과 땅 차이다. 비슷한 성적이지만 한 선수는 연봉을 크게 올려 받았고, 다른 한 선수는 일방적인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나이가 든 베테랑 선수에게는 가혹할 정도다. 센테니얼 야구단(가칭)의 협상 방침이 그렇다.
센테니얼은 26일 예비 FA 정성훈(28ㆍ내야수)과 지난해 2억2,000만원에서 1억원이 오른 3억2,000만원에 계약했다. 센테니얼은 그러나 같은 예비 FA인 김수경(29ㆍ투수)에게는 지난해 4억원에서 1억2,000만원이 삭감된 2억8,000만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정성훈은 타율 2할9푼, 16홈런 76타점, 김수경은 12승7패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다.
투수와 타자인 만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정성훈과 김수경의 지난해 성적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차이점이라면 정성훈은 시즌 후 첫 FA 자격을 취득하는 반면, 현대의 해체로 계약 자체가 무효화된 김수경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유권해석에 따라 올시즌 후 다시 자격을 얻는다는 것이다. 김수경은 지난 2006시즌 후 FA 자격을 획득한 후 현대와 1년 계약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센테니얼은 정성훈에 대해서는 ‘예비 FA 프리미엄’을 줬고, 김수경에게는 대폭 삭감된 연봉을 제시했다. 센테니얼이 김수경이 올시즌 후 FA 자격을 다시 얻게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베테랑 김동수(40)와 전준호(39)는 뛰어난 성적을 내고도 노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희생을 강요 당하고 있다. 센테니얼은 김동수에게는 지난해 3억원에서 80%가 삭감된 6,000만원, 전준호에게는 2억5,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이 줄어든 7,000만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김동수는 타율 2할7푼8리 39타점, 전준호는 타율 2할9푼6리 11도루를 올렸다. 정성훈과 견줘 크게 처지지 않는 성적이다. 박노준 센테니얼 단장도 지난 22~24일 협상 테이블에서 “김동수와 전준호는 고과대로라면 소폭 인상 대상자”라고 말한 바 있다.
더욱이 김동수에게 제시한 연봉은 상식 밖이다. 야구규약에 따르면 연봉계약 마감시한(센테니얼의 경우 3월7일)을 넘기는 선수는 전년도 연봉의 1,200분의 1을 일당으로 받는다. 일당을 활동기간(300일) 전체로 합산하면 연봉의 25%가 된다.
따라서 김동수가 순순히 사인하면 연봉이 6,000만원이지만, 끝내 계약을 거부한다면 오히려 구단 제시액보다 더 많은 7,500만원(전년도 연봉의 25%)을 받을 수 있다. 박 단장의 80% 삭감 제시는 한마디로 코미디인 셈이다.
전준호가 대폭 삭감된 연봉을 제시 받은 것도 난센스다. 박 단장은 지난해 자신이 발간한 <스카우팅 리포트> 에서 “전준호가 맏형 노릇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이 (팀에) 큰 힘이 된다”고 극찬했고, 전준호는 박 단장의 평가대로 지난 시즌에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결국 나이가 연봉 삭감의 최대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스카우팅>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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