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이 이뤄진 직후 미 언론들은 최초인 이 공연의 의미, 획기적 성격 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으나 백악관 등 미 정부는 “공연이 북한을 반드시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며 과대 평가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공연은 공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뉴욕필의 공연이 북한 정권의 행태를 반드시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페리노 대변인은 이어 “북한과의 문화교류를 추가로 실시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가 북한과 협상하는 전제조건은 그들이 6자 회담 의무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대화와 경제발전, 문화교류 확대 등과 같은 일은 모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리노 대변인은 나아가 “우리는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바랄 뿐 아니라 그들의 모든 핵확산 활동에 대한 신고를 원한다”고 말함으로써 문화교류 보다는 북 핵 문제 해결에 절대적 우선순위가 있음을 거듭 분명히 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도 “뉴욕필의 공연에도 불구, 북한 정치의 본질이 바뀌기까지는 머나먼 길이겠지만 문화교류는 바람직한 일”이라며 “우리는 북핵 문제에 극도로 집중해있고 그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의 태도와는 달리 미 뉴욕타임스는 26일“뉴욕필의 평양 공연은 반세기에 걸친 북한과 미국 간 문화적 단절의 해빙을 알리는 첫 신호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뉴욕필이 고립된 독재 국가인 북한에서 미국 교향악단으로는 처음으로 기념비적인 공연을 선사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도 “상임 지휘자 로린 마젤이 이끄는 뉴욕필은 이번 평양 공연을 통해 폐쇄된 북한에 대담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하면서 마젤은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 뉴욕필은 ‘외부세계와 접하는 생명선’과 같은 것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욕필의 역사적 평양공연 소식을 전하면서 “뉴욕필은 북한에서 공연을 한 미국의 첫번째 주요 문화단체이자 역대 최대 규모의 방북단이 됐다”고 소개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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